얼마전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토론을 2시간여에 걸쳐서 TV 3사가 생중계한 일이 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과 상명하복의 원칙이 금지옥엽처럼 여겨지고 있는 검찰조직에서 검찰수뇌부가 아닌 평검사들이 이처럼 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검찰 스스로가 자신들의 존재이유인 국민의 인권의 옹호자로서 역할을 자각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반면 한편으로는 그동안 국민의 신뢰로부터 멀어져만 가던 검찰이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이 시점에서라도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여 그동안의 오욕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옹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반국민들중에 그동안 검찰에 의하여 자신들의 인권이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검찰은 힘없는 자에게는 군림하고 힘있는 자에게는 굴복하는 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일반국민들에게는 자신을 권력으로부터 지켜주는 존재라기보다는 그저 두려운 존재로만 여겨졌다.
 
위 토론의 발단은 검찰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대통령에 대하여 평검사들이 검찰인사의 관행 등을 이유로 반발한 데에 있었다.
 
양쪽 모두 검찰중립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므로 결국 토론의 핵심은 지금 검찰권 중립을 위하여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모아졌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검찰수뇌부가 있는 한 검찰 중립은 어려우므로 인사권을 통하여 검찰 중립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수뇌부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평검사들은 검찰조직의 인사는 일정한 원칙에 따라야 하고 특히 임기가 보장되지 않은 법무부장관이 인사권을 통하여 검사들을 사실상 통제할 것을 우려하여 검찰인사를 검찰조직의 장인 검찰총장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검찰 중립성 보장에 대한 방안에 대하여 검찰내부와 외부에서의 시각차가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검찰과 정치권이 그동안 검찰이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한 점에 대하여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고 이제와서는 서로 상대방을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서로 자신만은 믿어 달라는 것이다.
 
과거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고 정치권에서는 말로는 검찰의 중립을 외치면서 속으로는 이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의 대통령은 야당시절이나 후보자 시절에는 모두가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겠다고 수도 없이 공약을 해왔고 실제로 매 정권 초기마다 대통령은 통과의례처럼 검찰중립을 이야기해왔다.
 
그 말이 지켜졌다면 오늘과 같이 토론이 왜 필요했을까?
 
검찰청법에는 법무부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 감독할 수 있지만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검찰총장의 자질과 의지에 따라서 정치권력 등으로부터의 외압을 차단하고 검찰의 중립성이 확보될 여지가 있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위와 같은 검찰총장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검찰총장 임기제가 사실상 제대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노태우정권 때 검찰총장임기제가 도입된 후 임명된 검찰총장 11명중 단 4명만 2년 임기를 채웠을 뿐이다.
 
검찰인사위원회, 특별검사제의 활성화 등도 검찰중립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될 수는 있으나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영국속담에 `도구의 미비는 장인의 우수성을 나타낸다'는 말이 있다.
 
결국 제도자체보다는 제도를 운용하는 당사자들의 자질과 의지가 문제이다.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남들이 다 “예”라고 할 때 소신있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검찰총수의 자리에 있다면 검찰중립은 이미 반이상 달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중립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대통령의 의지이다.
 
검찰의 힘이라는 것은 전래동화에서 나오는 도깨비방망이와 같아서 이를 소지하는 사람에게는 원하는 것을 다 얻게 해주지만 이를 소지하지 못한 상대방에게는 두려운 존재 일 수밖에는 없다.
 
따라서 그와 같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는 도깨비방망이를 손에 쥐었을 때 과감히 이를 포기하기는 어느 누구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전의 소지자가 이를 이용하여 모든 일을 쉽게 한 예가 있다면 더욱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아쉽기는 하지만 과감히 내 손에 들어온 도깨비방망이를 폐기해 버리면 앞으로는 그 어떠한 사람도 도깨비방망이에 대한 망상을 갖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피해도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손에 들어온 도깨비방망이를 과감히 뿌리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어 다시는 그 누구도 도깨비방망이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굳게 믿고 싶다.

정지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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