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8일 확정한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개혁안은 사실상 완전 선거공영제에 가까운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강화해 불법 정치자금과 돈 선거의 관행을 차단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합동신문광고와 신문광고의 절반, 100회 이내의 TV와 라디오 방송광고의 절반, 44회에 달하는 방송연설의 절반 등에 대한 비용을 국가가 부담토록한 것은 미디어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치르도록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또 방송 4사와 학계, 대한변협, 언론단체, 시민단체 등이 추천하는 11인과 원내교섭단체가 1인씩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되는 선거방송 연설·토론위원회를 두고 이 위원회가 주관하는 TV 합동연설회와 대담, 토론회를 공영방송사가 주최해 여타 방송사도 중계토록 한 것도 미디어를 통한 정책선거 정착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원, 대통령선거 후보자, 국회의원 입후보 예정자에 대해 선거일 1년전부터 회계책임자를 두고 선거비용 및 정치자금 회계관리를 통합하고, 선거 및 정치자금 입·출금시 선관위에 신고한 단일계좌를 사용토록 한 조항도 정치자금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특히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시에만 당선이 무효화됐던 것이 매수 및 이해유도죄, 당선무효 유도죄, 허위사실 공표죄, 후보자 비방죄, 기부행위 금지 위반죄 등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에도 당선을 무효화하도록 규제를 강화했으나, 국회입법과정에서 채택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앙당 조직 축소를 위해 의석을 가진 정당에 한해 국회내에 사무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의원총회를 심의 의결기관화 하며, 지구당을 구·시·군당 체제로 전환토록 한 것은 정치권의 정당개혁 논의와 맞물려 진전으로 평가되나, 정치권이 당장 수용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일부 조항의 경우 기성 정치권의 반발로 인해 지난 7월28일 발표됐던 개혁안에 비해 후퇴하고, 군소정당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내용으로 바뀌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당의 정강정책 신문광고의 국가부담 대상과 공영방송사 무료 정책연설 대상을 국회 교섭단체 구성 정당으로 제한하고, 고액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사항 공개 대상을 당초 연간 100만원에서 500만원 또는 1회 100만원 이상으로 제한함으로써 기성정치권에 유리하게 바뀐 점은 군소정당의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선거 후보자의 기탁금을 현행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탁금 반환 및 선거비용 보전 기준을 득표율에 따라 차별화한 조항,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한도를 연 1억5천만원으로 하향하려다 현행대로 3억원을 유지키로 한 조항도 군소정당 및 후보들의 저항이 예상된다.
 
유급 선거사무원을 폐지하고 자원봉사제로 전환하려 했던 방침 역시 숫자를 제한하는 선으로 후퇴했고, 후보자 및 배우자의 거리연설을 모두 금지하려던 조항은 정치무관심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후보자에 대해서만 금지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이와 함께 음성적 불법자금 수수관행이 척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선거공영제 확대가 자칫 국가 전체의 정치비용 규모만 대폭 늘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측은 “선거공영제 확대에 따라 후보자가 난립하거나 무자격 후보자들이 나설 가능성을 억제하고 선거 등을 통해 일정 정도 국민의 지지를 검증받은 후보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제한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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