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의 미국 군대와 그들의 친구인 영국 군대가 벌이는 이라크 공격전이 점차 전쟁의 참혹함을 극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5대양 6대주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지고있다. 전쟁이란 원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죽는 야만적 행위지만 미.영 군대의 이번 아라크 공격작전결과 벌써부터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공격군 사이에서도 이 전쟁에 반대하는 병사가 갈등 끝에 동료를 살해하는 비극이 발생했으며 전선에서도 예상외로 많은 병사들이 그 역시 소중한 목숨을 잃고있다. 세계 여론을 무시하고 공격을 시작한 부시 대통령이 이제 와서 전세계적인 반전 시위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 야만으로의 복귀를 중단시키는 것은 문명사회 구성원들의 포기할 수 없는 의무다.

주말 반전시위가 당초 예상보다는 적은 규모라고 하나 그 시위의 성격과 양상은 실로 많은 의미를 담고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지구촌 곳곳의 시위대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그 주장의 순수성과 당당함으로 거대한 에너지를 발휘하면서 미국과 영국, 두 나라에 대해 문명의 후퇴를 막고자하는 인류의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앞으로도 줄기차게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반전시위는 또 점차 평화파괴의 장본인으로 부시 대통령 개인을 확실히 지목하면서 그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는 양상을 보이고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공격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할 것이지만 부시 대통령에게 향하고있는 이같은 분노와 혐오가 미국 전체에 대한 혐오로 발전된다면 그것은 미국의 장기적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국인들은 심각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반전시위의 또다른 특징은 미국과 영국의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국가일수록 더욱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있다는 점이다. 스페인에서는 100만명이 모여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는 아스나르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고 이라크 공격전에 2천명의 군대를 파견한 호주에서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하워드 총리를 격렬하게 규탄했다. 명분없는 전쟁에 참전하거나 적극 지지한 국가들의 시민들이 느끼는 심각한 수치심이 단순한 평화시위를 반정부적인 시위로 변모시키고있다. 부시 대통령은 무슨 권리로 이처럼 다른 나라의 정부와 국민들을 대립 상태로 몰아넣은 것인지, 미국의 이익이 그토록 고귀한 것인지, 양심를 가지고 자문해야한다.

힘에 의한 정글의 법칙에 의존하는 이번 이라크 공격에 대해 미국내에서도 분노의 소리가 들리는 것은 미국의 도덕성 회복 가능성과 관련해 한 가닥 기대를 안겨주고있다. 전쟁지지 여론이 높아가는 것이 대세라고 하지만 점차 활기를 보이고있는 반전 시위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세계 평화을 위해 노력하기는 커녕 그 막강한 물리적 힘을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사용하고있다는 수치심을 표시하고있다.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그 잘못에 대한 수치심을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과 미국 국민들은 미국을 도덕적으로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잘못 된 길에서 되돌아나오는 용기를 보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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