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민심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 이정표다. 먹고사는 문제에 연관돼 있고 삶의 질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물가를 잡지 못하고 민심의 지지를 얻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소득증가분보다 적은 물가상승률은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실질소득은 줄고 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하는 상황이라면 총체적 위기를 불러올 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당장 장바구니를 반만 채웠는데 가득 채웠을 때와 같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삶의 질은 절반 이하로 내려간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화폐가치의 하락이 누적되면 저축을 할수록 실질적으로 손해가 발생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후생활에도 커다란 악영향을 작용하게 된다.

6%의 금리가 적용되는 적금에 저축을 한다고 해도 적금의 특성상 실질적인 연환산수익률은 3%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이 5%라면 저축을 할수록 2%의 마이너스가 발생한다. 또한 적금은 대부분 단리로 이자가 붙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복리의 개념이기 때문에 저축 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질적인 마이너스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노후생활의 질 역시 낮아지게 되는데 20년 후에 매월 200만 원의 연금을 수령한다면 물가상승률이 2.5%일 때 200만 원의 현재가치는 약 122만 원이지만 물가상승률이 5%라면 약 75만 원의 가치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물가대란은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불가항력적 원인이 첫 번째겠지만 정부의 환율정책의 실패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이야 이익을 보겠지만 수입물가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원유를 예로 들더라도 예전에는 같은 양을 100원에 사왔는데 환율이 올라 150원을 주고 사와야 한다면 단지 환율로 인해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종부세 인하나 고소득자의 소득세 인하, 법인세 인하 등 가진 자들을 위한 세제정책으로 인한 세수 부족을 다른 것으로 충당해야 하는 부담 역시 물가 상승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세수 부족을 부가세 인상으로 채우려 한다면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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