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는 의료보험이 민영화됐을 때 어떠한 폐해가 발생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모든 의료보험체계가 민영화돼 민간의료보험회사에 가입된 사람들만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다 보니 보험료가 엄청나게 비쌀 수밖에 없고 의무가입도 아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의료보험증 없이 병원에 가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또한 민간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역마진의 소지를 줄여야 하므로 매우 까다로운 언더라이팅(가입심사) 기준을 제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종신보험에 가입하고자 한다면 생명보험회사에서는 병력이 있었는지, 현재의 건강상태는 양호한지, 혈압이나 혈당이 높은지 등 여러 가지를 고지하게 하고 심사를 해서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만약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이 이러한 기준을 들이댄다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보험료와 상관없이 가입 제한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행히도 전 국민이 제한 없이 의무적으로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 의료비의 약 60% 정도를 보장 받고 나머지 본인부담금 약 40% 정도만 부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인부담금 40%마저 민영의료보험으로 보장을 받고 추가로 입원비, 수술비, 진단비 등을 지급받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의료보험이 전면 민영화돼 삼성생명이나 대한생명, 또는 동부화재, 현재해상 등 민간보험회사의 보험만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의료보험증 없이 민간보험회사의 보험증권만으로 지금과 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엄청난 보험료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를 비롯해 간염, 위염 등 각종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가입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무상의료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체계와 민영보험의 조화가 여러 나라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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