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촌지 뜯는 맛에 살던 비리 교사가 폐교 직전의 한 강원도 산골 분교로 쫓겨온다. 전교생이라야 다섯명이 전부고 양담배 대신 청자를, 폭탄주 대신 막걸리를 구경하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이 교사는 촌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봉투를 나눠준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편지지가 아니라 내용물을 담는 봉투'라며 은근슬쩍 돈을 넣어올 것을 암시하는데 해맑은 산골 아이들이 봉투에 담아오는 건 연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며 집에서 직접 재배한 더덕이 전부다. 비리교사는 어떡해서든 촌지를 받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러보지만 결국 순박한 아이들의 동심에 감화된다는 내용의 영화 `선생 김봉두'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단순히 영화 소재로 넘기기에는 아직도 있을법한 학교 촌지에 대한 문제를 들춰내고 있어 사뭇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처음으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 입장에서는 영화 속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촌지와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최근 한 네티즌이 촌지를 가져오게 하는 12가지 기술이라는 글을 모 지역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네티즌은 초등학교 6년 내내 촌지 때문에 시달렸다며 새학기가 시작돼 담임교사가 한달 동안 다음과 같이 행동하면 촌지를 가져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충고했다. 예를 들면 어머니들에게 환경미화를 한다며 방과 후 학교에 오도록 하거나 청소당번 어린이의 청소검사를 안해줘 하교가 늦는 경우, 학생의 집에 전화를 걸어 아이의 잘못한 점을 슬쩍 말해 주는 경우 등이다. 이 글이 인터넷상에 확산되면서 네티즌들은 요즘에 그런 교사가 어디 있으며 설령 촌지를 요구한다고 해서 주는 학부형도 없다는 반응도 있지만 자신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서 여전히 촌지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폭로가 더 많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과거보다는 학교행정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네티즌들의 공방을 지켜보면 학부모들의 경험담이 결코 교사들에 대한 지나친 의식에서 나온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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