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낸 거스 히딩크 감독을 대통령으로..."

월드컵 응원단 '붉은 악마'의 함성이 전국을 메아리치던 지난 6월 인터넷상에 "히딩크 감독을 강제 귀화시켜 대통령으로 추대하자"는 요지의 유머 시리즈가 올라 네티즌들로부터 제법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정치권은 또다시 서로 물고뜯기에 여념이 없고,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은 갈수록 커져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풍자시집이 발간됐다.

한서대 예술대학원장을 역임한 시인 박진환(66)씨가 펴낸 시집 「붉은 악마의꽃」(테마북스刊)에는 히딩크 감독에 대한 찬사가 넘친다. 박씨의 시에서 히딩크는 "7천만 한 맘, 한 목소리, 한 빛깔되어 통일천하 이루어 준 히어로"(히어로 탄생)이자 "헛발질이 심한 코리언을 바로 걷게 한 조련사'(조련사 히딩크)로 등장한다.

그뿐 아니라 히딩크는 "광장을 지배하는 총통"(총통 히딩크) "달걀봉사를 눈뜨게 한 명 안과의사"(안과의사 히딩크) "레퍼리에게 물 권하는 사나이"(술 권하는 시대에 물 권하는 사나이) "붉은 강물을 다스리는 마도로스"(마도로스 히딩크) 등으로 다양하게 묘사된다.

그러나 정쟁을 일삼는 정치권으로 눈을 돌린 시편에는 독설이 넘친다. '히딩크 때문에 망했어'라는 시는 히딩크의 인기 때문에 지지도 상승세가 멈칫거리는 야당을 조롱했고, '히딩크의 전매특허'는 국력을 소진시킨 여당이 히딩크의 스파르타식 체력훈련을 본받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내용을 담았다.

"요새/모 대권 후보 싸모님은/내로라 하는 글쟁이들 불러다/돌아가면서 회식을 시킨다는데/한 상 걸게 받으셨소"(씨팔)를 비롯, 유명 정치인들의 영문 이니셜을 사용한 'H시대' 'H는 M을 조심해야' 'YS풀이' 'JP풀이' 등 다수의 정치풍자시가 실렸다. 128쪽. 5천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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