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른바 747 공약으로 자신의 경제비전을 제시했다. 747 정책이란 7% 경제성장률로 10년 안에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과 세계 7대 경제강국으로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구호는 거창했지만 경제에 대한 식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747 공약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천박한 정치의식으로 지배된 대선 과정 속에서 제대로 된 검증이나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고 막연한 기대감과 근거 없는 자신감만 판치며 대통령이 선출됐다.

정부가 출범한 지 120여 일이 지난 지금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선공약처럼 공허하기만 하다. 국제유가와 국제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고환율정책으로 물가 상승을 방관하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경제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관료의 말이 다르고 뜬금없는 정책이 남발되기도 한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철학 없이 당장의 성과에 집착한다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다행히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민생 안정과 서민경제를 국정 운영의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떤 식으로 발표한 내용을 실천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대운하나 공기업 민영화를 통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되뇌인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치명적인 상처가 남을 것이다.

민생 안정과 서민경제를 생각한다면 우선 물가 안정에 힘써야 할 것이며, 세금 환급 같은 단기적 처방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세일즈맨이 아니다. 월말 마감에 쫓겨 실적을 채우는 데 급급한 대통령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이야기 중에는 747 공약이 7% 지지율과 4%의 경제성장률, 그리고 7월 하야라는 극단적인 우스갯소리도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7.4%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쓴웃음을 지었지만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4%로 낮춰 잡았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저 웃을 일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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