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보세요. 찬찬히 오랫동안…여러분이 TV를 통해 이라크에 폭탄이 떨어지는 광경을 볼 때 여러분 머릿속에서는 바로 제 모습이 떠올라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입니다. 이건 액션 영화도 아니고 공상 영화도 아니고 비디오게임도 아닙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되면서 전쟁의 참혹상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13세 이라크 소녀의 반전 호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녀의 안타까운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퍼부어진 미국의 대량 살상무기로 이미 어린이를 포함한 수백명의 이라크 민간인들이 숨졌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대량 살상무기 해체와 세계 평화란 명분으로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번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내세우겠지만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정당하다고 보지 않고 있다. 세계는 단지 미국이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독불장군식 군사력에 의한 세계지배 정책에 대해 가위눌리고 있으며 힘과 권위, 명성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미국의 오만만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이라크는 미국의 전통 우방이었으며 이번 전쟁의 제거목표로 삼고 있는 사담 후세인을 지원한 것도 미국이었다. 물론 미국이 명분으로 삼고 있는 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공급한 것도 미국이었다. 스스로가 만들었던 정권과 대량살상무기 파괴를 구실로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게 될 대규모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 굳이 국제법과 유엔의 합의, 인권문제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번 전쟁은 불법적인 침략전쟁일 뿐이다. 요즘 국내에서는 이라크에 대한 파병문제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을 결정했다. 세계의 여론은 국제법을 어기고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에 대해 전범국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을 숨기지 않아 다음 공격목표가 북한일 것이라는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마당에 명분 없는 전쟁에 군대를 파견하는 것은 더 큰 국익을 위해 심각한 고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결국 각계에 반발에 부딪혀 국회는 어제 군대파견동의안 처리를 연기했다. 귀추가 주목된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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