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에게 유로2008은 월드컵 만큼이나 비중이 큰 축구축제다. 사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만 빠진 월드컵이라고 불릴 정도이니 그 열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유로2008의 최대 이변이자 관심거리는 단연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의 4강 진출을 꼽을 수 있다. 다른 종목은 몰라도 러시아의 축구수준은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그리 뛰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히딩크의 마법 때문이었을까? 러시아는 유로2008에서 단연 돋보이는 팀으로 급부상했다.

히딩크는 2002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4강에 진출시키며 국제적인 지도자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히딩크의 리더십은 여러 종류의 책으로 출간될 정도로 관심과 분석의 대상이었고, 그를 벤치마킹하려는 기업과 정부기관이 즐비할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사실 당시에는 히딩크의 명성이 능력에 비해 과대 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유로2008을 통해 그는 자신의 능력이 명성 이상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아마도 히딩크의 리더십은 소통과 본질에 대한 고민, 그리고 신념이 아닐까 싶다. 수직적 팀 분위기를 수평적으로 바꿔 구성원 간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닌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함으로써 기본부터 탄탄한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소통과 본질에 대한 고민이 바탕이 된 신념이기에 우리는 그가 옳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국가경제도 기초가 탄탄해지고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합리적인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경제정책을 이끄는 지도자들의 소통과 본질에 대한 고민, 그리고 신념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소통이 없으면 독선과 독주가 될 것이고 본질에 대한 고민이 없으면 정책의 바닥이 금세 드러날 것이다. 또한 신념이 없으면 정책은 우왕좌왕할 것이다.

히딩크처럼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도 4강 신화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2002년 꿈은 이뤄졌고, 2008년 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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