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님은 먼곳에
“니 내 사랑하나?” 애인의 이별통보에 상심에 빠진 남편 상길(엄태웅)은 순이(수애)에게 속 뒤집는 말 한마디 던져놓고는 베트남 전장(戰場)으로 날아가 버렸다.
업친 데 덥친 격으로 시어머니는 상길의 파병을 순이 탓으로 돌리고 “결혼했으면 그 집 귀신이 돼라”는 친정아버지의 말은 친정집에 찾아갈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든다.
순이는 행방조차 알 길 없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기를 결심하고, 베트남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밴드리더인 정만(정진영)을 따라 위문공연단의 보컬로 합류한다.
영화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등으로 사람냄새 폴폴 나는 작품을 선보였던 이준익 감독의 신작 ‘님은 먼곳에’가 오는 24일 개봉한다.
주연배우 수애가 아련하게 부르는 노래 ‘늦기 전에’로 시작하는 영화는 시골의 평범한 한 여인이 베트남의 전장으로 떠난 남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듯 크게 웃을 일도 그렇다고 대성통곡할 일도 별로 없지만 작은 일에 속상해하고 슬퍼하고 때론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우리네 소박한 삶을 닮았다. 감독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다단한 삶 속에 깃든 희로애락의 결정적인 순간을 건져 올리는 솜씨를 발휘한다.
여기에 감독의 연출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삽입음악이다. ‘님은 먼곳에’나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대니보이’ 등 수애가 부르는 노래들은 당시의 시대상이나 여주인공의 심리를 드러내는 데 적절히 사용됐다.
특히 영화는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서서히 고조시키다가 감정이 감동으로 폭발하는 엔딩을 지녔다. 정서와 메시지, 인물의 드라마가 압축된 결말과 마지막 장면은 한국 영화가 만들어 낸 절경 중의 하나로 남을 만하다.
평소 ‘우아함의 대명사’ 수애가 섹시 본능을 꺼내 변신한 모습은 여타 섹시한 여배우들보다 더욱 매력적이며, 정진영의 익살스러운 사기꾼 연기와 정경호의 순이를 사랑할 듯 말 듯한 눈빛 연기는 수애의 애잔한 멜로 연기와 어우러져 영화를 더욱 빛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