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마을 공동체, 인천시 연수구의 ‘청학동마을공동체’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10년 전 주민들의 재산권 사수가 청학동마을공동체의 설립목표였다면 이제는 청학동 아이들의 미래가 이들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아이들의 웃음으로 희망을 일구는 청학동마을공동체는 이제 마을공동체운동의 바람직한 롤 모델의 역할까지 넘나들고 있다.

# ‘나눔의 교실’, 그 안에서 꿈을 키우는 아이들

▲ 공동체학교 수업중

자원활동교사의 지도에 맞춰 수준별 수학 문제를 풀어나가는 아이들의 얼굴이 사뭇 진지하다. 50여 분의 수업이 끝난 오후 6시, 진지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앞다퉈 나눔의 교실 1층으로 자리를 옮긴다.

발걸음을 재촉한 것은 김이 폴폴 나는 갓 지은 밥과 맛깔스런 반찬들. 모두 친환경 재료에 교사들의 정성스런 손맛을 더해 마련한 오늘의 저녁급식이다.
급식을 받기 위한 삐뚤빼뚤한 줄 속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꼬꼬마 1학년부터 고학년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아이들까지 고루 섞여 있다.
40여 명의 이 아이들은 ‘청학동마을공동체학교’의 학생들이다.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등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의 배움터인 공동체학교는 월요일부터 토요일(낮 12시~오후 8시)까지 기본 교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음악, 미술을 비롯해 한자, 사물놀이, 인성교육, 체험학습과 동·하계수련회, 학습발표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려 20여 명이 넘는 자원활동교사들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공동체학교는 아동 전부에게 교육비와 중식, 석식, 그리고 간식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청학동마을공동체학교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마을공동체가 지난 2003년 9월 개교한 방과후교실이다.
지난 2004년에는 공동체학교를 운영하는 나눔의 교실운영위원회가 연수구청에서 방과후교실 위탁단체로 지정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곳 아이들이 공부하고 밥 먹고 웃고 떠들며 보호받는 ‘나눔의 교실’은 지난 2001년 청학동 주민들이 십시일반 마련한 재원으로 완성된 공간이다.

 
 # 10년의 세월, 그리고 ‘마을공동체’가 일궈 낸 성과

마을공동체 운동의 시초는 1998년 10월 청학지구토지구획정리사업 지구 내 주민 578명이 자발적으로 주민단체(당시 청학동재산권사수주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인천시공영개발사업단(현 도시개발본부)을 상대로 14개월 동안 ‘부당 감보율 철회운동’을 벌였던 위원회는 성숙한 시민운동으로 끝내 주민들의 의사를 관철시켰다.
또한 수인선 지하화 요구 관철, 청학동 노인센터 유치, 마을공원 만들기 등도 이들이 만들어 낸 청학동의 역사다.
본격적인 마을공동체 운동은 부당 감보율 철회운동이 마무리된 시점인 지난 2000년 1월, 마을의 발전을 위한 주민단체 구성을 원하는 주민들의 요구에서부터 시작됐다.

▲ 공동체 학교 학습발표회
같은 해 2월 ‘청학동주민대책위원회(이후 청학동마을공동체위원회)’가 창립됐으며, 위원회는 교육을 전담하는 부설단체인 ‘나눔의 교실(비영리민간단체)’을 설립해 보육사업을 시작한다.
이들의 보육사업은 처음 ‘마을공동체 어린이공부방’에서 체계를 갖춘 ‘청학동공동체학교’로 변모했으며, 여기에 구립 은빛나무어린이집의 위탁운영은 마을공동체의 주요 활동이 됐다.
또 위원회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대상으로 하는 집수리와 도배사업, 최소 300여 명의 이웃이 참여하는 마을잔치, 음악회 등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특히 1년에 한 번 열리는 공동체학교 아이들의 학습발표회는 이웃 간의 소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꼽힌다.

 # 그들이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

청학동마을공동체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공동체운동을 지탱해 온 힘은 이웃들의 ‘신뢰’에서 찾을 수 있다.
청학동에 거주하고 있는 620여 가구의 주민들은 여전히 이웃 간에 빚어지는 분쟁의 중재를 맡기거나 작은 선물을 전달하는 것으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표현한다. 파지를 모아 생계를 잇는 노인의 만 원 지폐 한 장과 ‘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전해지는 이웃의 관심 등이 그것이다.
실질적으로 마을공동체를 이끌어 나가는 운영위원들 또한 지난 10년을 이웃에 대한 믿음으로 함께해 왔다. 회사원, 자영업, 공무원, 자원활동가, 현직 초등학교 교장 등의 다양한 직업을 지닌 운영위원들은 한결같이 마을 발전을 위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20여 명이 넘는 자원활동교사, 매달 소정의 금액을 후원하는 이웃, 필요 물품을 전달하는 독지가 등 관심과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 모두가 마을공동체를 빛내는 주인공들이다.

 
 # 마을공동체가 꿈꾸는 미래의 청학동

▲ 공동체 학교 수업중2

마을공동체는 앞으로 수인선 부지에 문화복합시설(가칭 연수종합문화·복지센터)을 건립하는 것이 꿈이다. 문화사각지대인 지역의 특성상 다양한 문화·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역시 절실한 형편이다.
이를 위해 위원회는 줄곧 지역의 정치인, 관청에 시설 건립을 요청 해왔으며, 지역 국회의원인 황우여(한나라당)의원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청학동문화복합시설 건립을 공약의 하나로 추진 중에 있다.
이들이 계획하고 있는 문화복합시설은 문화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공연장부터 공동체학교가 함께하는 교육공간, 탁아실과 경로실을 비롯한 복지시설, 수영장과 탁구장을 갖춘 체육시설 등이 포함돼 있다. 위원회는 이 시설에서 행해질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청학동 이웃들의 ‘공동체 정신실천’의 버팀목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 윤종만 위원장

 
“눈에 보이는 발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 간의 소통과 넉넉한 마음, 가족과 이웃의 신뢰 형성입니다.”
마을공동체운동을 위해 청학동 모두가 고군분투해 온 지 10년. 저소득층의 가장 큰 현안이 자녀교육이라는 데 의견을 모은 위원회가 공동체 운동의 일환으로 보육사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8년째다.
윤종만 청학동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장은 눈에 띄는 아이들의 변화를 마을공동체의 가장 큰 보람으로 꼽는다.
심리적으로 움츠려 있던 아이들이 공동체학교의 각별한 보살핌 속에 변화하는 모습은 이들 단체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공동체운동의 결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공동체학교는 이제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서 벗어나 심리 상태를 치유하는 데까지 발전했다”면서 “앞으로는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동체 마을 속 건강한 가정 만들기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위원장은 “청학동 주민들의 꿈은 창의적인 발전을 통한 마을공동체의 실현”이라며 “청학동이 도심 속 마을공동체의 모범 사례로 빛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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