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인천시 부평구 미군부대에 대한 반환이 결정됐다. 인천시는 이곳에 공원을 조성해 시민 휴식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민 품으로 돌아온 부평미군부대. 이번 특집에서는 부평미군부대의 역사와 시민 반환운동 그리고 남은 과제 등에 대해 알아봤다.

 ◇ 부평 미군부대의 역사 및 현황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산15-2번지 일원에는 미군부대 ‘캠프마켓(Camp Market)’이 주둔하고 있다. 이곳은 일제시대 일본군 군사기지로 쓰이다가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했다.

서울 용산 등 강북 미군기지에 대한 보급창 역할을 해온 부평미군부대에는 특별한 군사시설이 없다. 대신 인쇄소를 비롯해 빵 공장, 폐차장, 세탁공장 등이 있다.
1970년대까지 이곳 미군부대 정문 주변은 부평의 중심 상권이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 지역의 지명은 아직도 ‘신촌’이라 불린다.
하지만 1970년대 말 상당수의 부지 및 시설, 인력이 축소되면서 상권은 부평역 일대로 옮겨졌고, 현재는 59㎡의 부지에 미군 9명과 카투사 10명, 미군속 40여 명과 한국인 고용인 472명 등 총 5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부대의 존재는 여러 가지로 인천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떠나 부평미군부대 존재는 그 자체가 인천시민들에게는 고통이라고 주장한다. 공장 및 주거시설 밀집으로 녹지공간이 없는 부평에서 소수의 미군이 가장 넓은 녹지를 차지한 채 도심 한복판에 있어 정상적인 도시 발전 저해와 교통 혼잡과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지난 1996년부터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시작해 마침내 2002년 기지 반환이란 성과를 얻었다.

 

   
 
◇ 시민 품으로 돌아온 미군기지

부평미군부대 반환은 참여정부 당시 한미동맹 변화와 함께 주한미군재배치(GPR)라는 동맹의 큰 틀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기지 반환 노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했다.

미군부대 반환운동은 1996년 5월 인천연합 주최로 열린 5·18 광주항쟁 기념식에서 10만 명 서명운동에 들어감으로써 본격화됐다.
이후 인천연합을 비롯한 14개 사회단체가 중심이 돼 그해 8월 11일 부대 앞에서 ‘인간띠 잇기’행사를 계획했으나 경찰의 원천 봉쇄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 및 시민 64명이 연행돼 8명이 불구속 입건되고 50여 명이 구류 등 처벌을 받자 지역의 중요한 사안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20일 인천지역 3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우리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를 발족함으로써 반환운동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시민회의는 매주 부대 앞에서 토요집회를 열고, 4개월 만에 5만여 명의 서명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지난 2000년 5월 25일부터는 미군기지 정문에서 674일 동안 천막농성을 진행했고, 이듬해 5월에는 한 달 동안 미군기지 24시간 감시활동을 벌였다.
이러한 노력으로 마침내 지난 2002년 3월 29일 한미 양국은 2008년까지 부평미군부대 부지를 반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시민회의는 7년간의 반환운동을 결산하고 단식농성을 해제했다.

 ◇ 반환기지 활용 방안

   
 

부평미군부대 완전 반환 결정 이후 인천시는 부지 활용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에 힘을 실어주는 의미 있는 법안 하나가 국회를 통과했다. 바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등지원특별법’이다. 지난 20006년 3월 공포된 이 법은 반환되는 미군 공여구역, 즉 철수하는 미군기지에 대한 개발계획을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할 수 있게 했고, 공여지를 매입할 때 정부가 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으로 인천시는 계획 수립에 탄력을 받아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주민과 시민단체, 구가 참여한 ‘협의회’를 개최했다.
아울러 한국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주로 공원으로 이용하고 일부 공공시설을 유치하자’는 의견이 53.9%로 가장 높게 나타나자 시는 반환부지(61만5천㎡)의 70%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나머지 30%는 공공시설 및 도로로 개발한다는 의견을 확정했다.
골자는 반환부지 중 공원 43㎡(70%)를 포함해 도로 6만9천㎡(9.7%), 체육시설 4만7천㎡(7.8%), 문화·공원시설 3만5천㎡(5.8%), 사회복지시설 2만4천㎡, 청소년수련시설 6천㎡, 공공청사 4천㎡ 등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 안은 지난 5월 시민공청회에서 결정됐고, 6월 지방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행안부에 제출됐다.

 

   
 
◇ 반환부지 활용을 위한 남은 과제

▶반환시기=부평미군부대가 시민공원으로 화려한 변신을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2년 반환 결정 당시 한미 양국은 2008년까지 반환을 약속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함께 전시작전권 회수에 대한 입장 변화로 반환은 2012년으로 연기됐지만 이 또한 확실치 않다. 부대 이전은 부평기지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용산 및 동두천 등 한강 이북에 주둔했던 미군부대가 평택에 새로 조성되는 기지로 이전해야 하는데 평택미군기지1·2공구 조성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군이전사업을 맡은 관리업체는 ‘사업종합일정 및 기준비용 견적’을 통해 사업 완료시점을 2014년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성비용도 5조6천억 원에서 8조9천억 원으로 3조3천억 원 늘어 예산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평미군부지 내 토지에 대해 산림청의 재산권 행사 요구도 부지 활용 시기를 늦추는 걸림돌이다.
기지 내 17만2천여㎡(전체의 약 40%)의 땅을 소유한 산림청은 최근 재산권 행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수용할 경우 인천시는 매입비용만 2천억 원이 더 든다. 당초 시는 국비 8천억 원을 지원받고 시비 4천억 원을 투입해 반환기지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환경문제=미군부대 내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미 반환된 다른 지역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오염 조사에도 드러나듯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부평미군부대도 폐차장, 세탁공장으로 이용돼 각종 기름과 폐수, 화학물질에 심각하게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 측은 ‘원상 복구 의무가 없다’며 책임을 지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결국 한국 측에 원상 복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운 것이다”며 “이는 지난 50여 년 동안 무상으로 남의 땅을 이용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주한미군의 한심한 작태를 보여주는 것이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제2의 반환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반환기지가 공장과 주택들로 가득한 부평의 허파 역할을 하고, 진정한 시민의 쉼터로 거듭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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