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옥 연수문화원 원장

 한국은 오늘날 경제나 스포츠에서 선두중진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뿐인가. 세계적인 한국인 예술가들도 있다. 세계 최초로 비디오 아트의 신세계를 개척한 백남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세계인을 감동시킨 장영주, 마에스트로라는 존칭을 받은 지휘자 정명훈,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극찬을 받는 소프라노 조수미 등 이들은 분명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인식이 우리의 문학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세계문학계에 한국인들의 진출이 저조해 그 인지도가 아주 미미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화시대에서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한국토박이문학의 세계화’는 국제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절실한 문제이다.
먼저 토박이 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지방성과 함께 보편성을 갖춘 뛰어난 원작이 많이 나와야 한다. 또 토박이문학이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념상의 특징을 선명하게 내세울 필요가 있다. 지역적 토대에 뿌리박혀 있는 독특한 문화적 전통을 캐내 그것을 창조적으로 심화시켜 드높은 문학정신의 지방색을 보여 주어야 한다.
서구적인 것에 현혹돼 기이한 ‘새것 콤플렉스’에 휘말리거나 유행사조의 물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면 토박이예술의 이념적 세계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만다. 이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역사 생성적 지향이 불가능하게 된다. 물론 이 말은 고유정신을 계승해 그것을 창작상의 이념으로 삼거나 문화적 전통을 되살리자는 식의 폐쇄된 트리비얼리즘을 추구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편협한 트리비얼리즘의 추구는 오히려 보편적 이념으로서의 확대를 가로막는 야만스런 편견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면면히 흘러내려온 정신의 물줄기를 현재의 지역적 토박이 삶의 현장에 끌어들여 가치있는 이념으로 살아 움직이게 하면 생동감을 획득하는 토박이 문학이 될 것이다. 이러한 토박이 문학을 우리는 세계에 알려야 한다. 사실 우리가 우리나라 말로 글을 아무리 많이 써봤자 세계인들은 그것을 모른다. 문학은 언어라는 특수한 장치를 통해서만 이해되어지기 때문에 번역이라는 통로를 통해서만 외국에 알리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처음 외국어로 번역을 시작할 무렵에는 주로 영어, 독일어, 불어, 스페인어 등의 언어권에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랍어, 스웨덴어, 우크라이나어, 베트남어 등의 언어로 번역, 우리 문학의 세계화가 촉진되고 있다. 특히 문학적 교류가 거의 없는 아랍권에 김동인의 「감자」 등 1920~50년대 발표된 한국의 단편소설 10편이 아랍어로 번역되어 출간됐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번역이라는 통로를 거치지 않을 수 없기에 우리 문학을 해외의 독자들에게 연결해주고 우리 문학을 세계의 문학으로 이입시키는 창조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데는 번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계화가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은 이 시대에 번역을 통한 해외소개 확대는 한국문학이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좋은 번역가를 찾아내고 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또한 번역돼 출간된 책의 홍보에도 힘을 써야 한다. 번역원이든 단체든 민간차원이든 간에 잘 번역돼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한 출판사에서 책이 간행됐다고 하더라도 책을 홍보하지 않으면 외국의 독자는 알 수 없다. 한국의 소설가나 시인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번역된 작품을 홍보한다는 것도 언어의 장벽이 있기 때문에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펜클럽, 번역원, 문예진흥원 등 관련기관이나 번역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산문화재단 등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부는 관련기관에서 현지인들의 한국문화에의 향수를 달래주는 것을 여러 사업 중의 하나로 활발히 시행하는 것도 좋지만 외국에 있는 우리나라의 각 관련기관에 문학전공자를 파견해 한국문학의 소개와 홍보만을 전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은 적은 분량의 작품이 번역된 우리로서는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지금부터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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