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정책은 수도권으로 인구 집중 억제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과거 정부들이 지난 20년 넘게 추진해 온 국토발전계획이었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면서 더욱 강화됐지만 균형발전은 고사하고 전 국토의 투기장화, 중복·과잉 투자 논란 등으로 인해 우리 경제는 탄력을 잃어버렸고, 수도권은 성장동력을 상실한 채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될 위기에 처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수도권 규제 완화 입장을 공공연히 시사했지만 지난 7월 21일 지역발전정책 발표를 통해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합리화’라는 국토발전기조를 천명, 수도권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본보는 지령 6000호를 기념해 경기도 각 단체장들과의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규제일변도의 정책의 폐해를 조명하고, 수도권·비수도권의 획일적 칸막이를 제거해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상호 공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 주>

 ///김문수 경기도지사 특별인터뷰///

-정부의 지역발전정책을 비판하는 이유는.
▶정부 정책은 경기도를 희생시켜 지방을 지원하겠다는 논리다. 경기도는 군사보호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고 있다.

▲ 김문수 경기도지사

특히 개발제한구역(G/B)은 전국의 31% 1천221㎢ 규모이며 구역 내 인구도 9만1천 명이 달한다. 과천 90%, 의왕 89%, 하남 86%, 의정부 73%, 시흥 70%, 광명 65% 등 6개 시는 면적의 60% 이상이 개발제한구역으로 규제를 받고 있다.

특히 군사보호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은 수도권이라는 획일적이고 과도한 규제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낙후지역으로 전락했다.

이천시 장호원읍과 여주군 강천면은 인접한 충북 음성군 감곡면과 강원 원주시 문막읍 등과의 행정구역 단위의 불합리한 규제로 경계지역 간 성장과 빈부격차가 심화됐다.

집계를 보면 도내에는 4년제 대학이 없는 시·군이 의정부, 남양주, 광명, 파주, 이천, 구리, 하남, 의왕, 양주, 여주, 과천, 가평, 연천 등 13곳이며, 2년제가 없는 시·군은 광명, 군포, 구리, 하남, 양평, 동두천, 과천, 연천 등 8곳에 달한다.

광명, 구리, 하남, 과천, 연천 등 5개 시·군은 아예 대학조차 없다.

이처럼 수도권내 4년제 대학 신설 금지로 도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지방보다 낙후 정도가 심한 자연보전권역, 접경지역 등이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되며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수도권 규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대권을 위한 정치적인 포석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나는 대통령한다고 한 적이 없었고, 처음에는 도지사할 생각도 없었다. 살아오면서 욕심 없이 정직하게 정도를 걸어왔다고 자부하며, 다른 정치인처럼 복선을 깔지도 않았다. 대권에 눈이 멀어 얄팍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다고 무시해서는 안 되며, 양심과 정상적인 방식으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또한 지금 경기도지사직을 수행하는 데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넓고도 할 일 많은 경기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경기도를 위해 오로지 최선을 다할 뿐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앞으로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민생에 우선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경기도 낙후지역의 실상은.
▶수도권이라고 다 같이 잘사는 지역이 아니다. 경기도에는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낙후된 지역이 많이 상존하고 있다. 접경지역과 자연보존권역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낙후지역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나 3중·5중의 규제로 주민과 기업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분단 이전 남부와 북부지역의 인구분포가 비슷했던 것이 분단 이후 군사적 대치상황이 지속되면서 편차가 커져 2005년을 기준으로 75대 25 수준으로 차이가 발생한다.

50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한 최전방 접경낙후지역도 수도권이라 규제받고 있다. 동두천의 경우 도시면적의 42%가 미군시설이고, 연천은 98%, 파주는 93%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경기북부 접경지역 7개 시·군의 군사시설보호구역 면적은 전체 면적(3천144㎢)의 63%인 1천987㎢에 달한다.

특히 연천군은 전체 면적(695㎢) 가운데 무려 98%인 681.9㎢, 파주시는 전체(672㎢)의 93%(623㎢), 김포시는 전체(276㎢)의 82%(226㎢)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이들 지역은 지역개발과 주민의 재산권보다 군사시설 및 작전활동의 보호를 우선시 한 지역으로, 군부대의 동의 없이는 주택·공장·상가의 신축 등 개발행위를 할 수 없는 지역이다.

또한 미군기지의 90%, 육·해·공군의 80%, 여단급 이상 군부대 49개, 사격·훈련장 117개, 군비행장 33개, 동아시아 최대 훈련장도 경기도에 있다.
접경지역은 남북 분단이라는 우리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역이며, 인위적 단절로 인한 지역 발전의 저해로 한반도의 중심지역에서 남한의 변방지역으로 전락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인한 사업의 불확실성으로 대형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투자가 없어 지역 발전이 저해→인구 감소→SOC사업의 투자 우선순위 배제→민간사업자의 투자 위축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분단국가로서 국가가 떠맡아야 할 희생을 대신 지고 있는 셈인데, 정부가 용산 미군기지에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1조5천억 원을 지원하면서도 낙후지역에는 한 푼도 지원해 주지 않고 있다. 이런 지역을 대도시와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정책이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배제한 배경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
▶지역의 눈치를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방의 정치인들이 청와대를 드나들며 수도권 규제가 완화될 경우 촛불집회 이상의 일이 지방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 눈치는 보면서 경기도 눈치는 보지 않을 뿐더러 안중에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계속 이렇게 한다면 앞으로 경기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도록 강력히 대처할 것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수위가 너무 높은 게 아닌지.
▶경기도는 현 정부 출범에 많은 기여를 했고 노력했다. 도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도 부족한데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은 배은망덕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경기도가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도를 말살하려는 정책을 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 규제 철폐를 위한 1천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수도권 규제개혁 토론회를 통한 규제 완화 촉구, 정부 정책건의 및 국회의원 정책협의회 개최 등을 확대 추진해 정부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불합리한 개선과제에 대한 도의 입장을 관철시킬 것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위해 위헌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하셨는데.
▶우선 수도권 내 4년제 대학 신설을 금지하는 부분에 대해 위헌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내 4년제 대학의 신설을 금지하는 수정법은 헌법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 평등권, 교육기회 균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해석이 있다.
토지개발공사, 주택공사는 땅장사, 집장사를 위해 수도권에 아파트를 마구 지어 인구가 급증했다. 그럼에도 대학이 인구 유발 시설이라며 수도권 입지를 허용해 주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도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논리를 가지고 수정법을 통해 수도권 내 4년제 대학 신설을 전면 금지하면서 입학 정원을 총량으로 한 번 더 규제하는 이중 규제를 당해왔다.
이로 인해 경기도 학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타 지역 소재 대학으로 유학해야 하는 등의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으로, 도민의 권익은 물론이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헌소송을 해서라도 수정법 폐지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본다.

-이 밖에 다른 요구사항이 있다면.
▶그린벨트가 전체 면적의 ⅔를 초과하는 시·군에 대해서는 이를 해제해 공장시설을 짓도록 허용해야 한다. 국방력 약화와 관계없는 군사시설은 즉각 완화하고, 군 비행장이나 군 훈련장 밀집지역은 기업이전 대상지역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국제적인 환경기준 도입으로 수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상수원 보호규제는 완화하고, 접경지역 등 낙후지역에 정비발전지구를 조기 도입하며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한 농업진흥지역은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업용지 물량공급제도, 물류총량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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