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 코미디’를 표방한 김정민 감독의 충무로 데뷔작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개봉했다.
영화는 술만 먹으면 필름이 끊어지는 어느 ‘옐로 미스’가 취중에 하룻밤을 보낸 ‘그놈’을 찾아나서는 고군분투기. 30대 여성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술과 성(性)에 관한 에피소드로 웃음을 자아낸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술! 직장도 변변치 않고 회사 나가도 구박 당하기 일쑤지만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인 술이 있어 오늘도, 내일도, 낼 모레도 평화로운 32살 골드 미스 아닌 옐로 미스 정유진(예지원).
필름 끊겨 정신 놓은 상태로 직장 상사에게 대들다 회사에서도 쫓겨나고 친구 철진(탁재훈)의 커피숍에 빌붙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유진은 또 한 번 술자리에 참석한 뒤 대형 사고를 친다. 아침에 알몸으로 눈을 뜬 곳은 호텔의 스위트룸. 어떤 남자와 함께 투숙했다지만 누구인지 기억이 나질 않고 숙박료 룸서비스 비용 등 240여만 원의 덤터기까지 썼다. 문제의 남자를 찾아나선 유진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이 영화는 어쨌든 사랑도 술로 결실을 거둔다. 자칫 밋밋한 술자리가 될 뻔한 이 영화의 취흥(醉興)을 북돋아주는 것은 캐릭터의 힘이다. 백수에 알코올중독에 난잡한(?) 사생활까지, 어디 하나 동정의 여지가 없는 여주인공은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예지원의 천연덕스러운 망가짐에 힘입어 유쾌한 명랑만화 캐릭터로 거듭난다. 여기에 예상과 달리 절제된 탁재훈의 코믹연기 또한 영화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미덕을 발휘한다.
만듦새가 대단히 훌륭하지도 않고 줄거리가 신선하거나 커다란 흡입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지만 선한 인물들이 등장해 서로를 아껴주고 해피엔딩을 향해 가는 ‘착한 영화’라는 것에는 크게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재훈, 김현숙, 박희진, 김대희 같은 개그맨들이나 영화배우 신이 등이 조연 혹은 카메오로 출연한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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