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광영 무의도여름바다춤축제 조직위원장

 그 옛날, 인천  앞바다에 수십 개의 아름다운 섬들이 있었는데
그 중 무의도 라는 작은 섬에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소년은, 진달래꽃이 화사하게 피는 날이면 하늘나라에서
아름다운 공주가 내려와 추는 춤에 반했고, 마을 사람들 또한
그 춤사위에 반해 덩실덩실 춤을 추며 행복하게 살았다.
소년은 매일매일 그 공주의 춤을 보고 싶어 진달래꽃이 지지 말기를 두 손 모아 빌었다.

하지만 꽃이지자 공주의 예쁜 춤도 사라지고 그저 바다만 바라보며
소년은 넋을 잃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푸른 파도 사이로 살며시 밀려오는 안개가 산과 바다를 휘감는 모습이
춤추는 공주의 모습과 흡사해 소년은 너무너무 기뻤다.

소년은 달렸다. 산을 넘고 끝없는 바다를 달리고 또 달렸다.

저기 멀리 춤추는 공주가 있는 곳으로...

이렇게 해 무의도는 춤을 추기 시작했고 해마다 여름이면 춤축제가 열린다,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여름, 아직 한가하기만 하던 어촌마을에
제1회 무의도 여름바다 축제가 한 편의 연극으로 소박하게 시작했다.

시낭송, 마임, 풍물, 마당극 등 2회, 3회를 거쳐 여름 밤하늘을 수놓는 요들송과
섹스폰 앙상블, 뜨거운 태양도 녹일 듯한 정열의 살사와 밸리, 라틴댄스와
극장의 숨소리를 그대로 바닷가로 담아 온 뮤지컬 넌센스와 철부지들,
그리고 바다로 향하는 록의 선율과 비보이 난타 등의 수많은 쟝르들...
결국 창작 무용극 ‘춤추는 섬’이 화려한 모습으로 탄생하게 됐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내년이면 이 축제도 열 살이 된다.

섬소년이 열 살 되던 해 어둠이 깔린 저녘 무렵, 무의도 바닷가에서 인천을 바라보면
저 검은 바다 수평선 끝으로 불빛 몇 개만이 반짝반짝...
그리고 몇 년 후 무의도에도 자가 발전기가 들어와 열 시까지
삼십 촉 전등이 가로등에서 깜박이던 시절이 있었다.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 무의도 앞마당엔 국제공항이 생겨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고, 세계를 놀라게 할 인천대교가 바다를 가르며,
그야말로 무의도는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 인천대교의 화려한 조명 아래
공주의 춤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실미도 영화가 개봉되고 수많은 관광객이 무의도에 밀려올 때
마음 한 편엔 아프리카 원시림의 나무가 잘려지고 덩그러니 바닥이 보이는 것처럼
내 마음 한 구석엔 왠지 서글픔이 밀려왔다. 그것은 오랜 세월 외지인의 발길이 없던
실미도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음이 아닐까...
그저 한가하게 무의도 사람들이 고기잡고, 아낙들이 굴 따고
내 어릴 적 헤엄치며 뛰어놀던 그런 곳이기에 그러했으리라.

이제 바람이 있다면
‘춤추는 섬’ 무의도가 사계절 축제의 장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따름이다.

무의도의 실미도해수욕장과 하나개해수욕장, 국사봉과 호룡곡산이
막연히 산업화에 밀려 개발되기보다는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자연스러운 축제의 섬이 돼 누구든지 무의도에 발을 디딛는 순간
흥이 절로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게 되는 그런 ‘춤추는 섬’이 되길 바라고 또 바란다.

이제 세계 어디서나 ‘춤추는 섬’하면 ‘대한민국 인천 무의도’라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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