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프랑스는 루이 14세를 정점으로 확고한 절대왕정을 이룩했다. 역사 속의 절대왕정 국가들이 대부분 그러했듯 일부 특권층의 권력과 향락을 위해 많은 국민들이 수탈을 당했다. 당장 먹을거리가 없어도 엄청난 부역과 세금을 강요당했던 것이다. 물론 가혹한 세금은 국민들을 헐벗게 하지만 세금이 없다면 국가를 유지할 수가 없으니 세금이야말로 국가경영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1일 정부에서 발표한 사상 최대의 감세안은 국민들을 위한 결단이었을까?
정부와 여당은 이번 감세안을 통해 서민들이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된 감세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서민들을 위한다는 대목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차라리 대기업과 상위 소득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떳떳하게 밝히는 것이 오히려 양심의 가책에서라도 자유로웠을 것이다.

고가 주택을 9억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증여세 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은 대놓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니 말할 필요도 없고, 소득세 인하 역시 실질적으로는 고소득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줄여준 것에 불과하다.

각종 소득공제를 통해 이미 50% 이상의 근로소득자들이 실질적으로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었고 자영업자 역시 영세한 47%는 실질적으로 소득세와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세율이 높은 고소득자들만이 막대한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정부의 이번 감세안이 정책적 철학 없이 끼워맞추기 식으로 발표됐다는 것은 법인세 부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과연 대기업들이 법인세를 인하하면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한다는 논리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지금도 막대한 잉여자금을 쌓아두고 있는데 법인세를 인하하면 당장 투자를 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넌센스고 서민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소득세 인하효과가 거의 없음에도 소득세 인하로 인한 소비진작을 이야기하는 것도 얼굴만 붉히게 만들 뿐이다.

진정으로 서민들의 세금 부담을 걱정한다면 유류세나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의 인하를 고민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하지만 발표된 감세안으로 인한 세수 부족을 간접세의 인상으로 충당하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심과 세금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있다면 프랑스의 절대왕정이 프랑스 대혁명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학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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