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쿠바를 무너뜨린 한국여자배구가 `만리장성' 중국을 허무는 또 하나의 이변을 연출하며 세계 8강에 진입했다.
 
한국은 9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슐라이어홀에서 계속된 제14회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12강 2차리그 F조 마지막 3차전에서 지난해 월드컵 우승국 중국을 68분만에 3-0(25-22 25-21 25-23)으로 완파했다.
 
전날 불가리아에 일격을 당해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은 이로써 중국, 불가리아와 함께 나란히 2승1패를 기록했으나 세트득실률에서 앞서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4년 전 9위로 떨어졌던 한국이 세계선수권대회 8강에 오른 것은 94년(4위)에 이어 8년만이다.
 
한국은 오는 12일 같은 장소에서 E조 3위 이탈리아와 4강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이탈리아는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통과했지만 2차리그에서 러시아와 쿠바에 연패해 슬럼프에 빠진데다 한국으로서는 시드니올림픽에서 맞붙어 이긴적이 있어 해볼만하다는 분석이다.
 
이날 두 세트를 따야 8강행이 가능했던 한국은 필승의 투혼을 앞세워 시종 중국을 몰아붙였다.
 
지난해 대륙별 선수권대회 챔피언끼리 자웅을 겨루는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왕중왕'에 올랐던 중국은 월드컵과 이에 앞서 한국과 가진 아시아선수권대회 예선과 결승, 시드니올림픽 예선과 본선에서 모조리 승리했던 세계랭킹 1위. 하지만 시작부터 양상은 달랐다.
 
한국은 세터 강혜미의 한 템보 빠른 토스를 바탕으로 최광희(14점)의 묵직한 오픈강타와 장소연(9점)의 이동공격이 활기를 띠면서 절대 열세가 점쳐졌던 경기를 예상 밖의 시소게임으로 끌고 갔다.
 
13-15로 뒤지다 상대의 잇단 범실에 편승, 18-18 동점을 만든 한국은 중국의 서브 범실과 장소연, 최광희의 잇단 왼쪽 공격으로 기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
 
2세트에서도 한국은 숨가뿐 랠리가 이어지던 중반 구민정(6점) 대신 투입된 정선혜(7점)가 막판 2개의 강타를 내리꽂는 활약으로 중국의 추격에 쐐기를 박았다.
 
두 세트를 따내 8강 티켓을 확보한 한국은 15-9로 질주하다 완패를 모면하려는 중국의 반격에 고전, 19-21까지 쫓겼지만 정선혜, 최광희가 왼쪽에서 번갈아가며 타점 높은 공격을 성공시켜 무실세트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은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였던 한국은 이날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중국을 꺾음으로써 아시아드 우승으로 목표를 상향 수정하게 됐다.
 
유화석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선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며 4강 진출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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