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AP·AFP=연합】실로 얼마만에 맛보는 우승의 감격인가.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 참담한 세월을 보내던 피트 샘프라스(31·미국)가 2년2개월만에 첫승을 거두고 자신이 보유하던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을 하나 더 늘렸다.
 
샘프라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메도국립테니스센터 아서애시코트에서 열린 US오픈(총상금 1천617만달러) 남자단식 결승에서 `영원한 맞수' 앤드리 애거시를 3-1(6-3 6-4 5-7 6-4)로 따돌렸다. 우승상금 90만달러.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백핸드 발리가 깨끗이 성공하자 샘프라스는 믿기지 않는다는듯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들어 관중들의 환호에 답한 뒤 곧장 관중석으로 올라가 여배우인 아내 브리지트 닐슨에게 키스하며 감격을 나눴다.
 
이로써 샘프라스는 지난 2000년 7월 윔블던 우승 이후 2년2개월만이자 34번째 출전만에 우승컵을 안으며 화려하게 재기했고, 14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에 오르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도 하나 더 늘리는 새 역사를 썼다.
 
US오픈에서는 지난 96년 이후 6년만의 정상 복귀이자 5번째 우승이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통산 64번째 패권이다.
 
또한 90년 US오픈에서 만 19세의 나이로 우승, 역대 최연소 챔피언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샘프라스는 이번 우승으로 70년 켄 로즈웰 이후 가장 나이가 많은 우승자로도 기록됐다.
 
2000년 윔블던 당시 샘프라스는 대회 4연패와 함께 메이저대회 13승으로 4대 메이저대회 역대 최다승을 달성, 남자 단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기록됐으나 이후 규모가 작은 투어대회에서조차 1승도 건지지 못하는 극도의 슬럼프에 빠졌었다.
 
이날 플러싱메도의 센터코트인 아서애시코트에는 무려 2만5천여명의 팬들이 빈틈 하나 없이 관중석을 메웠다.
 
이미 흘러간 스타라고 여겨졌던 샘프라스와 애거시가 권위있는 US오픈 남자단식결승에서 맞붙었기 때문이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빅카드.
 
90년대 미국은 물론 세계 남자테니스의 양대 산맥이었던 이들은 또한 상반되는 플레이 스타일로 일가를 이룬 선수들이다.
 
샘프라스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서브앤발리어(강서비스에 이은 발리를 주로 구사하는 전형)로, 애거시는 역대 최고의 베이스라이너(엔드라인을 지키면서 스트로크와 리턴으로 점수를 따는 스타일)로 평가받는다.
 
이전까지 상대 전적에서는 샘프라스가 메이저대회 3승1패를 포함해 19승14패로 앞서 있었지만 샘프라스는 1회전 탈락을 밥먹듯하며 2년이 넘도록 33개 대회에서 단1승도 올리지 못했다. 올 시즌에도 19승17패로 5할 승률을 갓 넘기며 예전같으면 톱시드를 당연하게 여겼던 US오픈에서 17번시드를 받았다.
 
반면 6번시드로 출전한 애거시는 올 시즌에도 4승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어 상대 전적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애거시 쪽에 점수를 주는 쪽이 많았다.
 
그러나 부진 속에서도 2년 연속 결승에 진출하며 US오픈은 자신의 무대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샘프라스는 이날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냈다.
 
최고시속 212㎞의 광속 서비스를 구사하며 모두 33개의 서비스에이스를 쏟아붓는 등 첫 서비스에서 80%의 가공할 득점률을 보여 경기 내내 애거시를 압도했다.
 
애거시도 무섭게 네트로 돌진해 오는 샘프라스를 따돌리는 멋진 패싱샷을 여러차례 성공시켜 관중들의 갈채를 받기도 했지만 전광석화처럼 꽂혀대는 샘프라스의 서비스에는 속수 무책이었다.
 
그 사이 가볍게 두 세트를 따낸 샘프라스는 3세트 들어 애거시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다.
 
혼신의 힘을 다한 서비스를 구사하느라 힘이 빠진 샘프라스의 빈 틈을 놓치지 않은 애거시는 코트 구석구석으로 빠르고 정교한 스트로크를 때려넣어 3세트를 7-5로 따내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4세트에서도 애거시가 게임스코어 4-3까지 앞서나가 흐름을 뒤집는가 했으나 샘프라스는 서비스 에이스로 8번째 게임을 마무리짓고 동점을 만든 뒤 2게임을 내리 따내 승리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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