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국내외 언론은 일제히 이라크 남부 요충도시 바스라가 미·영 연합군에 함락됐다는 보도를 내보내며 미·영 연합군이 이번 전쟁의 승리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음을 예고했다. AP, AFP 등 서방통신과 CNN, BBC 등 미국과 영국방송을 인용한 이 보도는 그러나 명백한 오보로 밝혀졌다. 바스라 함락 뉴스가 나간 후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 TV에는 이라크군 51사단장이 등장해 바스라에서 계속 항전중임을 증명했다. 알 자지라의 역공은 이 뿐만 아니다. 이라크 공습 첫 날 후세인 대통령이 부상을 입었다는 미국과 영국의 언론보도가 나가자 알 자지라 TV는 세차례에 걸쳐 후세인 대통령이 군사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화면을 방영했다. 또 CNN이 백기를 흔들고 투항하는 이라크군의 모습을 방영하자 여기에 맞대응이라도 하듯 당초 미군이 손쉽게 함락한 것으로 보도됐던 나시리야에서 미군 병사 10여명이 포로로 잡혔거나 사살됐다고 전해 CNN의 보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미·영 연합군과 이라크군 간의 지상전 말고도 미디어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군소 방송국에서조차 직접 종군기자를 전쟁터에 파견하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 외신들의 엇갈린 보도를 믿을 수 없다는 이유가 크다. 군이 작전상 전쟁터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부 공개할 수는 없다지만 언론을 심리전의 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음을 CNN과 알 자지라 TV가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와 영국 방송들은 군의 의도이든 아니든 간에 자국의 편에 서서 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보도형태를 일삼다 알 자지라 등 아랍권 언론에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는 처지다. 그래서 벌써부터 알 자지라 방송이 CNN을 누르고 이번 이라크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의 상당수 언론들이 그동안 미국과 영국, 서방통신들을 맹목적으로 인용하던 전쟁보도 형태에서 아랍권 언론에도 시각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이번 이라크 전쟁은 정확한 뉴스 전달이라는 언론의 사명감을 분명 확인케 한 셈이다.
(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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