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남부 광둥성에서 시작된 괴질이 전세계로 퍼지고 있어 가슴을 죄게 한다. 폐렴증세를 보이다가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으로 목숨을 앗아가는 이 괴질은 공기를 통해서 전염된다는 점에서 여느 폐렴과 같아 걱정이다. 일단 한사람이 감염되면 분비물이나 신체적 접촉이 없더라도 그 일대에서는 감염될 우려가 짙다는 때문에서다. 아직 우리나라엔 감염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마음놓고 있을 일은 아닌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5개국에서 최소한 1천6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이중 59명이나 사망했다는 것은 치사율이 4%에 이르고 있어서다. 더구나 이번 괴질은 한달새 지구촌 곳곳에 퍼질만큼 전염력이 강해 애당초 발병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게 상책이고 보면 우리는 이 괴질이 상륙하지 못하도록 각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철저한 예방대책이 긴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괴질이 극성을 부리는 지역이 거의 하나같이 우리와 교류를 하고 있는 나라란 점이다. 더 큰 문제는 폐렴 비슷한 증세를 보여 증증 급성 호흡기증후군(SARS)이라는 이름을 붙은 이 질병은 원인과 감염경로가 불분명해 예방약도 치료약도 없다는 것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홍콩의 의료진은 지난달 이 병의 원인이 홍역 볼거리 등을 일으키는 바라믹소 바이러스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밝혀졌으나 마음이 놓이지는 않는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이번 괴질의 발원지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이다. 치사율이 4% 정도인 괴질은 잠복기가 1주일 이상으로 감염되었더라도 검역에서 식별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선 감염자와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중국과 홍콩, 그리고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등 동남아 여행은 물론 기타 북미 및 유럽의 감염지역 방문을 자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현재로서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괴질에 감염된 지역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일이다. 아울러 정부는 감염지역에서 온 국내외 여행객들에 대한 검역을 대폭 강화하고 의심스러운 환자가 생길 경우 곧바로 격리하는 등 신속한 대응체제를 갖춰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한시적으로 일반인의 괴질지역 여행을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만 한다. 더 늦기 전에 감염자의 조기발견시스템을 점검해 첫 발병이 확산되지 않게 막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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