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식수댐 공사와 간척사업에 대한 문제점이 새롭게 부각돼 우리의 환경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해주고 있다. 10년전부터 추진중인 간척사업과 2년전 시작된 식수댐 공사로 천연비행장 등 섬 안팎의 천혜자원이 파괴되고 있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백령도라면 얼마전 쾌속선이 투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울릉도, 홍도와 함께 10시간 이상 파도와 싸워야 겨우 도착하는 오지중 오지로 그 곳 사람들조차 평생 뭍에 한번 나오는 게 소원일 정도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던 고도였다.

더구나 백령도하면 서해교전의 현장인 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울릉도나 홍도와 달리 휴전선보다 위쪽에 자리잡은 우리나라 최전방지역으로 일반인들로서는 선뜻 다가서기가 쉽지 않은 특수성을 갖고 있어 최근에야 관광명소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그만큼 태고적 신비를 안고 있는 섬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실제 아직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비경이 곳곳에 남아 있는 우리시대 마지막 환경·관광자원의 보고라고 불리는데 손색이 없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백령도의 섬 안과 해안가가 수몰되고 파헤쳐지는 수모를 당하면서 인천앞바다 여늬 섬과 다를 바 없는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국정과제와 주민숙원사업이라는 명분아래 추진되고 있는 식수댐 공사와 간척사업 때문에 벌써부터 어족자원 고갈, 천연비행장 파괴 등 엄청난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급증하는 관광객 수요에 대비한 물부족 현상 해소와 뭍에서 사와야 하기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는 식량 자급자족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육지사람들은 이해못할 쌀, 생필품 가격과 인천 한번 오가려면 수십만원을 계속 부담하라는 것은 최북단을 지키며 살아가는 주민들에 대한 대접이 아니다.

그러나 200억원을 들여 하루 600t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겠다는 식수댐 공사나 800억원 이상을 투입해 한해 5억원대 쌀을 수확하겠다는 간척사업으로는 백령도 주민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1천억원대 재원이라면 빗물과 지하수, 바닷물과 생활폐수의 중수 활용방안을 비롯해 관광객 편의시설 및 오염물질 처리 시설까지 천혜자원의 부가가치를 살려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본대책 수립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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