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세계 최고의 부자' `오마하의 현인(賢人)'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워런 버핏의 명성을 그대로  반영하듯 현재 미국에서 시판중인 책중 그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책만 모두 47권에 달한다.

    47권은 개정판, 종이표지본 또는 오디오 북으로 재출판 된 경우 또는 외국어 번역본 등은 아예 포함되지 않은 숫자. 버핏은 국제적인 유명인사여서 일부 책은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 히브리어 등 13개국어로 번역돼 있을 정도이다.

    서점 보더스의 조지 존스 최고 경영자는 미국 대통령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유명인사들 중에서 달라이 라마를 제외하고 버핏 만큼 책 제목에 이름이 많이 들어간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판업자들에게 있어 버핏은 거의 15년 이상을 `대박'을 보장하는 흥행  보증수표로 군림해왔다. 10월에만 벌써 2종의 책이 나온데 이어 재닛 타바콜리의 `디어 미스터 버핏'이란 책이 내년초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저자들은  출판사  측으로 부터 책 겉 표지에 버핏 이름이나 사진을 반드시 넣으라고 압력을 받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지난 9월29일 출판된 `스노볼: 워런 버핏과 인생경영'이란 책은 우연히 월가의 금융위기와 맞물리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70만부가 팔리면서 `논픽션 베스트 셀러' 분야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버핏 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란 기록 갱신을 향해 순항중이다.
    `스노볼'의 정가는 35달러로 싸지 않다. 하지만 현재 시판중인 47권의 버핏  책을 모두 구입할 경우 분량은 모두 1만4천178 페이지에 달하고, 책값만 해도  양장본이 아니라 저렴한 종이표지본으로 구입한다 해도 1천달러가 넘는다.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책이 다량으로 출판되고 있는데 대해 버핏  자신은  전국 일간 유에스에이(USA) 투데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쉽게 쓸수 있고, 최소한도의 판매만 보장된다면 어떤 책이든 출판업자를 쉽게 찾을수 있지  않느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내 이름을 사용한 책에 대해 로열티라도 받을걸  잘못한것  같다"고 농담을 하면서도 "그건 성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이 출판업자들로 부터 인기를 끄는 배경은 투자의 귀재라는 점과 중서부 네브래스카에 은거하는데서 나오는 카리스마 그리고 옆집 아저씨같은 순박함의 `3박자' 가 절묘하게 결합한 희귀한 케이스라는 점이라고 와일리 출판사의 피터 크냅 마켓팅 담당 이사는 분석했다.

    재미있는 대목은 버핏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책중 초기 작품인 92년 루키  바일의 책은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 이 책은 96년에 `복권당첨을 기다리며: 베이비붐 세대의 재테크 매뉴얼'이란 제목으로 재출간됐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

    2년후에 나온 로버트 해그스트롬의 `워렌 버핏의 방식'이란 책도 처음에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출판사 직원이 저자의 재무관련 책중에서 버핏에 관한 일화(逸話)를 한 대목 발견했고, 출판사는 이 일화가 투자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내용이었지만 이를 추가한채 `워런 버핏처럼 투자하고, 지미 버핏처럼 살아라'는 제목의 개정판을 내어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면 버핏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일까. 래리 커닝햄 출판사가 펴낸 `워렌 버핏의 에세이'라는 책으로 "연례 보고서에서 밝힌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  놓았다"고 평가했다.

    출판사와 저자들이 저마다 버핏과의 개인적 인연을 경쟁적으로 강조하며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 메리 버핏은 자신이 12년간 버핏의 하계 휴가나 추수감사절  휴가때마다 동행했다는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또 `스노볼'을 낸 밴텀 델 출판사측은 이 책이 버핏과의 공조아래 나온 유일한 책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스노볼'의 저자로 모건 스탠리의 보험 애널리스트였던 앨리스 슈뢰더도 버핏과 300시간 인터뷰를 녹음했고, 추가로 그의 업무를 지켜본 것을 토대로 책을 저술했다면서 "그를 인터뷰한뒤 책을 쓴 저자는 내가 유일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슈뢰더의 책에 대해 "좋은 책"이라고 평하면서도 사람들이 이책을 자신의 책이라고 하는데는 질색을 하면서 "나는 앨리스 슈뢰더에게 협조를  했지만 공저자는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버핏은 저자들로 부터 원고를 전해받고 격려사나  추천사를  요청받을때마다 기껏이 응하고 있고, 심지어는 내용중 철자가 틀린 기업 명을 지적해줄 정도로 꼼꼼하게 읽고 있다고 저자들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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