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속담에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자기의 잘못은 깨닫지 못하고 남의 잘못만 들추어 흉본다는 뜻이다. 유엔과 세계 각 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명분도 없는 이라크 침공에 나선 미국이 최근 세계 190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혹평을 담아 발표한 `2002 국가별 인권보고서'가 딱 그 꼴이다.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인권보고서를 해마다 내고 있는 미국이 정작 자신들의 땅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 중국에서 제기돼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발표한 1만1천자 분량의 `2002 미국 인권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폭력이 난무하고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는 물론 자국내 민족차별현상이나 타국 인권에 대한 침해, 국제사회에서 보여주는 인권기준의 이중잣대 등 미국의 인권상황을 심각하게 비판했다. 미국을 세계의 인권수호자로 여겼던 일반 국민들이 이번 미국 인권보고서를 본다면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9·11 테러 이후 반테러리즘법에 따라 사법당국이 테러리스트 용의자의 전화, 인터넷 이메일 등을 감청할 수 있는 수사권한이 확대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게 증폭되고 있으며 1천200여명의 미국내 이슬람교도들이 무차별 체포에 의해 구금 당했다. 또한 73년 이후 200명 이상의 재소자가 무고하게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했으며 그중 사형수로 복역한 99명은 나중에 무죄로 밝혀졌지만 대부분 보상도 받지 못했고 매년 수천명의 형사피의자가 경찰의 심문에 의한 자백을 근거로 유죄평결을 받았다고 한다. 하루평균 44명이 살해당하고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극빈층은 3천300만명, 노숙자 300만명 등이 현재 미국의 현실이다. 이번 중국 국무원의 미국에 대한 인권보고서는 한마디로 미국이 세계의 인권판사인양 우쭐대기 앞서 “너나 잘해!”라는 비아냥인 셈이다. 인권문제에 대해 미국이 보여주는 오만한 이중 잣대는 결국 세계적인 거부와 반발을 부르게 될 것이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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