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 지난달 말 전남 장성에서 촬영을 개시했다.

싸이더스(대표 차승재)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어 기획 의도와 촬영 일정, 출연진의 각오 등을 밝혔다.

2000년 「플란다스의 개」 이후 2년여 만에 메가폰을 잡은 봉준호 감독은 "예전부터 실제 범죄사건을 담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면서 "86년부터 91년까지 10명이 숨진 화성 사건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이어서 스크린에 아주 적합한 소재"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당시 사건을 담당한 형사들과 취재기자, 인근 주민 등을 수없이 만나고 관련 자료를 뒤졌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건을 취재한 박두호 경인일보 기자(현 연합뉴스 차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건의 주인공은 아직도 베일에 가려 있는 범인이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이를 쫓는 형사.

봉감독은 "범인을 잡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달리고 또 달렸지만 결국 쓰라린 가슴을 안고 주저앉은 형사님들 빈 손에 이 영화를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주인공은 충무로 캐스팅 0순위로 꼽히는 송강호. 그는 지역토박이 형사 박두만으로 등장해 서울시경에서 내려온 서태윤(김상경)과 좌충우돌하며 범인을 추적한다.

송강호는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날 보러 와요」를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영화화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많았다"면서 "형사들의 희로애락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여서 매력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생활의 발견」에 이어 두번째로 스크린에 얼굴을 내미는 탤런트 김상경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이런 범죄를 저지른 범인이 아직도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나 잠을 자지 못했다"며 영화에 대한 애착을 내비쳤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에 픽션을 가미한 것이지만 화성에서 촬영되지 않는다. 10여년 전과 풍경이 너무 달라졌을 뿐 아니라 당시 사건을 악몽으로 여기고 있는 주민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 화성경찰서 외경은 강원도 횡성의 경찰서 구 사옥에서, 내부는 남양주시 서울종합촬영소에서 찍고 나머지 야외촬영은 전라남북도 일대에서 주로 이뤄진다.

올해 말까지 촬영을 마친 뒤 내년 봄에 개봉할 계획이다. 순수제작비는 32억원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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