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과 들이 꽃잔치로 흥청댄다. 진달래,개나리, 목련, 산수유가 시샘이라도 하듯이 각양각색의 꽃잎을 앞다퉈 터뜨린다. 봄의 향연이 펼쳐지는 4월이면 그래서 마음마다 저절로 화사한 꽃밭이 된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는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봄을 주제로 기획전을 마련해 생명의 계절을 찬미한다. 11일부터 27일까지 계속되는 '봄 이야기-생명의 노래'전에는 새 봄의 이미지를 저마다 다른 해석과 표현으로 묘사한 작품이 소개된다. 관객의 가슴에 예술의 봄을 심어주자는 취지다.

출품자는 강운, 홍장오씨 등 16명. 모두 40여점에 이르는 전시작품은 구상에서 추상까지 다양하며 참여작가도 30대에서 60대까지 두루 아우른다. 장르 역시 회화,설치, 미디어 등으로 폭넓다. 다시 말해 장르와 세대는 달라도 봄의 예찬을 공감대 삼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전시는 크게 두 군데로 나뉘어 진행된다.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실내전시가 그 하나라면, 가나아트센터 야외무대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펼쳐지는 야외전시와 공연이 그 둘이다. 실내전의 봄을 밖으로 끌어내 시민과 함께 호흡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실내전의 경우 작품 옆에 짧은 작가노트도 붙여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모두 3개 전시장이 할애되는 실내전은 '시린 겨울의 끝에서'와 '봄의 한가운데'로 다시 세분된다.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에 마련되는 '시린 겨울의 끝에서'에는 강운, 고영훈, 김동철, 박항률, 변종하, 전병현, 차대영, 한운성씨 등 8명의 작품이 나온다. 푸른 하늘과 새털구름의 몽환적 풍경(강운), 맑은 영혼의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박항률), 강물의 표면에 부서지는 햇살(김동철) 등 서정성 넘치는 봄 그림들이
다.

제3전시장의 '봄의 한가운데'는 속세의 시간을 잠시 멈추게 해 관객을 별세계로 이끈다. 이 공간에는 주로 영상과 설치 작품이 전시될 예정. 변지훈ㆍ양민하씨는 디지털 폭포수 작품을 선보여 봄의 싱그러움을 안겨주고, 황인기씨는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대형 디지털 산수화 작품을 내놓는다. 유영교씨의 한지 나비와 옹달샘, 서정국씨의 대나무, 홍장오씨의 연꽃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관객이 오감으로 봄을 느끼게 하자는 뜻이 담겼다.

'찾아가는 봄'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전시장 밖의 행사도 볼만하다. 유영교씨는 광화문의 시민열린마당에 대형 나비작품 9점을 설치해 봄의 정취를 만끽하게 한다.공공조형미술의 의미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도심공간을 부드럽게 살아 숨쉬게 하자는 것. 이번 주말께 설치돼 27일까지 전시된다.

가나아트센터 야외무대에서는 김명숙 늘휘무용단의 '나비연가'가 29일과 30일 오후 8시에 공연된다. 김명숙씨의 안무와 유영교씨의 설치작품, 황병기씨의 음악을 동시에 감상하는 크로스오버 무대로, 공연 도중 전남 함평에서 구해온 나비 500마리를 밤하늘에 날려보내 관객이 환상적 즐거움을 얻어가게 할 계획이다. ☎ 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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