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찍었을까. 중국 사진작가 양젠종의 작품 '닭가족 시리즈'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12일부터 6월 22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동물우화집 사진전'에 나올 예정이다.

이 시리즈는 모두 4점. 닭과 병아리를 소재로 했다. 결혼식장에서 포즈를 취하는 수탉과 암탉 부부, 병아리 한 마리를 가운데 두고 나란히 선 닭부부의 사진이 내걸렸다.

닭부부가 반쯤 자란 어린 닭 두 마리와 함께 촬영한 정면사진에서는 중년 부부의 삶이 비친다. 그리고 병아리 26마리와 함께 찍은 부부닭의 작품은 지난날의 대가족제도를 떠올리게 한다.

1968년 항저우에서 태어난 작가는 패션 디자인과 순수회화를 공부한 뒤 현재 상하이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닭과 병아리로 중국사회가 이어온 전통의 소중함을 코믹하게 제시하려 한다. 작가의 사진은 풍요로운 생산력과 천지신명의 가호를 상징하는 것으로, 서구화가 이를 상실하게 했다고 본다.

닭 28마리를 줄줄이 정면으로 세운 뒤 이를 사진으로 찍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 따라서 작가가 어떻게 이런 포즈를 연출해낼 수 있었는지도 궁금해진다.

미술관측은 "우리도 잘 모른다. 작가가 나름의 비법을 이용하되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런 작품이 제작된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한다.

동물의 모습으로 현대 인간사회를 풍자하는 이번 '동물우화집 사진전'에는 국내외 작가 36명의 작품 77점이 선보인다.

동물의 모습에서 인간의 얼굴을 읽어보자는 취지인 만큼 사진에서는 감상자 자신의 내면이 비치도록 한다는 게 미술관측의 기획의도다. ☎ 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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