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IMF를 극복하기 위해 설립돼 그 동안 열심히 노력해 왔는데 요즘은 IMF 때보다 더 심각한 것 같아 심정이 착잡해요.”
실업극복국민운동 인천본부 양재덕(61)본부장의 말이다.

양 본부장은 최근 경기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10년 만에 같은 상황이 반복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직장을 잃고 실업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고, 경기 침체에 따라 기업들도 저마다 도산을 걱정하고 있다”며 “게다가 인천경제를 대표하는 GM대우마저 흔들리고 있어 정말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며 “우리는 10년 전 IMF를 극복한 국민답게 이번 경제위기도 온 국민이 힘을 합친다면 슬기롭게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희망을 내비쳤다.

9일 오전 11시 인천시 남구 주안2동 본부 사무실에서 양 본부장을 만나 ‘실업극복국민운동 인천본부’에 대한 소개와 최근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GM대우 돕기’ 시민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실업극복국민운동 인천본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십시오.
▶우리 본부는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쏟아지는 실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지역 시민단체 60개가 모여 만든 단체입니다. 현재 각 구마다 7개의 지부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약 5만~6만 명의 실직자들을 지원했습니다. 우리 본부는 시민 모금을 통해 모은 기금으로 실직자 1만 가구에게 쌀(20~40㎏)을 나눠 줬고 현재까지 2천여 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줬습니다.

-활동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과 애로사항은 무엇인지요.
▶10년 전 인천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으며 여러분과 힘을 합쳐 이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활동하면서 고령자나 한부모가정, 저학력층 등 취약계층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분들이 상조회에 가입해 자립·자조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지금도 가끔 저희 단체의 도움을 받으신 분들이 연락해와 고마움을 표시할 때면 힘이 절로 납니다. 이분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반면 애로사항은 단체 운영비 부족으로 일을 잘하는 유능한 분들을 계속 고용하지 못한 것입니다. 보통 이분들에게 한 달 100만 원 정도가 활동비로 지급되는데 이것을 주지 못해 유능한 일꾼들을 많이 놓쳤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과 향후 본부 운영 방향은 무엇입니까.
▶먼저 우리 단체를 통해 현재 일하고 계신 2천여 명이 완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취약계층의 취업 알선에 전문성을 높이는 일입니다. 우리 본부는 이 두 가지 사업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사회경제구조는 이미 많은 취약계층이 양산돼 구조적으로 정착돼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에서 소외받고 고통받는 취약계층이 자립, 자족, 자조, 봉사로 거듭나게 돕는 것이 우리 본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취약계층 부흥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 시민단체들이 GM대우를 돕기 위해 나섰는데 그 배경과 동기는 무엇입니까.
▶지난 2007년 인천시 발표에 따르면 인천 전 생산업체 매출액 중 GM대우가 차지하는 비율은 31.5%입니다. 또 GM대우에는 하청업체까지 포함해 약 4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GM대우의 어려움은 곧 인천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실업자 증가로 연결됩니다.
이번 GM대우의 위기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긴 합니다만 GM대우가 흔들리면 인천의 지역경제가 휘청거린다는 문제의식에서 우리는 시민운동을 전개하게 됐습니다.
즉, GM대우를 도와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면 최악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대량 실업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GM대우 돕기’ 운동의 방향과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요.
▶앞서 얘기한 이 운동의 필요성을 인천시민들 대부분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GM대우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시민들이 알아야 GM대우차 사랑운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비로소 GM대우차를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본부는 지역의 여론주도층 인사 1천여 명에게 인터넷 이메일을 통해 당위성을 홍보하고, 일반 시민들에게도 전단지와 유인물 배포 등을 통해 지속적인 홍보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또 지난달 28일 우리 본부와 21개 시민단체가 부평역에서 홍보전단을 배포한 것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경인전철 동암역에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앞으로는 각 단체가 저마다 한 지역을 맡아 지역별로 홍보활동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에 대한 인천시와 시민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안상수 시장을 비롯해 인천시 고위 공무원들은 비교적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밑으로 내려갈수록 무관심하다고 생각됩니다.
일반 시민들 역시 대체로 냉랭한 분위기인데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첫째는 많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부분 기업들이 다 어려운데 왜 GM대우에만 관심을 갖는지 이유를 모르고, 둘째는 GM대우가 잘 나갈 때 인천에 대해 무엇을 해줬는가라는 반감 정서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본부는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대 시민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GM대우차를 살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인천시 등 행정기관과 협조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이 점이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요.
▶일부에서는 ‘GM대우 돕기’ 운동이 차량 판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기상조입니다.
운동을 시작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된 데다 우리가 펼치는 ‘GM대우 돕기’ 운동은 인천시민들이 GM대우차를 사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또 인천을 사랑하고 인천을 아끼는 지역 지도층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최소한 자신의 차는 GM대우차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지도층으로서 인천과 시민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GM대우도 GM대우차를 구입하는 인천시민들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합니다. 지금은 기업의 마진을 생각하기보다는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와 함께 GM대우는 이 위기가 지난 후 인천시와 인천시민들에 대한 보답으로 지역사회 공헌에 더 힘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천시민들은 GM대우가 인천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자발적으로 GM대우 돕기에 동참해야 합니다.
이렇게 인천시민과 인천시, GM대우 모두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한다면 우리는 충분히 이 위기를 타개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프로필>
나이 : 61
학력 : 고려대 중퇴
주요 경력
1988~1990년 인천노동상담소장
1990~1993년 한국노동연구소장
1992~1997년 민주주의 민족통일 인천연합 상임의장
1994~1998년 한국노동운동협의회의장
1997~1999년 민주개혁을 위한 인천시민연대 공동대표
1998~현재 ㈔실업극복국민운동 인천본부장
2001~2003년 자활후견기관 남구기관장
2001~2003년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인천지부장
2002~2003년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부회장
2007~현재 ㈔전국실업극복단체연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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