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업에 있어 종전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지역 농산물을 대도시에서 팔자’라는 개념에서 ‘대도시 소비자가 지역에 찾아와 즐기고·소비하고·사가게 하자’라는 개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일본 교토에는 수천 년간 축적돼온 마케팅 노하우가 있다. 예를 들어, 교토의 여름 풍물 중 하나인 ‘카모강 갯장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카모강에서 갯장어를 물에 살짝 데쳐서 먹는 요리다. 다른 곳과는 다른 특별한 갯장어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카모강이 특별한 강인 것도 아니다. 단지, 더운 여름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 먹는 갯장어를 ‘카모강 갯장어’로 브랜드화 하기 위해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싸게 먹을 수 있는 장어를 마다하고, 먼 교토까지 일부러 찾는다. 그리고 ‘카모강 갯장어’를 위해 1인당 1만 엔 정도의 돈을 서슴치 않고 지불하는 것이다. 심지어 싱싱한 장어를 바로 싸게 먹을 수 있는 이와지 섬 사람들이 일부러 교토에 와서 장어를 먹고 감격하며 돌아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까지 한다.
이처럼 지역을 파는 마케팅은 정부의 정책 지원 또한 지역 내 다양한 주체가 어떻게 잘 결합되고 상호간 어떻게 역할분담을 해 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의 기노사토 농협이 운영하는 ‘메케몬광장’이라는 파머스마켓은 1천430명 조합원이 ‘100평 하우스에서 100만 엔 소득’올리고 있는데, 이는 구할 수 없는 극히 제한된 품목을 제외하고 연중 지역 내 생산으로 소비자를 끌어드리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볼 때, 경기·인천의 대부분 농촌지역의 특성상 얼마든지 특별한 마케팅을 연출할 수 있다고 본다. 안성시의 경우, ‘안성맞춤’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종전에 한우, 배, 포도, 쌀 등 ‘지역특산물을 팔자’라고 했던 것이 최근에는 ‘안성의 모든 것을 팔자’라는 슬로건 아래 ‘바우덕이 남사당패놀이’ 등 지역축제 등과 연계해 수도권 소비자를 지역에 끌어들려는 노력을 부단하게 기울이고 있다.
또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는 88가구 263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평범한 농촌 마을에 불과했지만 이젠 연꽃마을로 자리매김돼 있다. 주민 중 일부는 지난해부터 아예 논에 벼를 심지 않고 연(蓮)을 재배하고 있다. 논에 벼 대신 연을 심는 것은 쌀은 평당 생산소득이 2천 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연은 연근과 연잎 생산으로 이에 비해 3~4배의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연근차, 연잎 칼국수 등 가공생산을 하면 10배 이상 소득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蓮)생산과 더불어 부대사업도 전개해왔다. 2002년부터 매년 7월 말 ‘논두렁 연꽃축제’를 개최해 대표적인 연꽃마을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매년 축제 참가객도 늘어나서 현재는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또한 연이 자라는 논에 붕어, 장어, 메기, 우렁이 등을 키워 보너스 수입도 올리고 있다. 이렇게 경기·인천지역은 어느 지역보다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맛있는 먹을거리가 버티고 있어 향후 지역발전에 있어 앞서 갈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춘 지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지역명품을 파는 구조가 아닌 지역을 파는 전략으로 소비지에 파는 구조가 아닌 소비자를 끌어들여 마케팅하는 생각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소량 다품목 생산구조를 갖고 있는 지역이 더욱 유리하다. 즉, 어느 지역에 찾아가면 사고자 하는 모든 것을 연중 어느 때라도 구할 수만 있다면 조건으로서 충분하다. 아울러 들과 산, 하천과 바다 등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전통 고적이 있으면 더욱 유리하다.

자원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지역을 적극적으로 팔자, 전통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남겨둔 자원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