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메이커의 시작이자 중심이라고 하는 미국의 빅3, GM, 포드, 크라이슬러의 구제 법안이 부결돼 그 충격이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절차에 돌입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실제로 이 두 회사가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바닥에 가까웠다는 얘기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간 1천500만~1천800만 대의 신차를 판매하는 미국시장은 그 중심에 있는 빅3의 향방에 따라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결정될 정도로 영향력이 방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세 회사가 가지고 있는 전 세계의 자동차 생산 공장이 198개에 이를 정도이고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인원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미국 내에서도 10명 중 1명이 자동차 관련 회사에 종사할 정도로 미국의 경제 지수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기간산업이 돼 왔다.
바로 이 빅3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유일한 대안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일부라도 얻어서 급한 불부터 끄든지 다시 준비해 의회의 비준을 받는 방법이 있으나 문제는 이때까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다. 빅3의 문제는 이번 세계 금융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돼 왔다. 방만한 경영은 물론이고 급변하는 세계의 자동차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대배기량과 투박한 디자인 등 소비자가 외면하는 차량개발 등도 문제였고, 강력한 노조에 의한 문제투성이의 노사협약으로 생산성이 저하되는 등 내부적인 문제가 누적돼 온 상황이었다. 이번 세계 금융위기는 이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는 데 불과하다. 이번 의회 부결의 원인도 노조의 원칙론적인 주장에 있다고 할 정도이니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설사 지원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로 일정 기간만을 버티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돼 있다. 근본적인 원인 제거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미국민들 사이에서는 그냥 놔두고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맡기자는 의견도 많은 실정이다. 지원이 설사 이루어지더라도 현재의 빅3는 그대로 존재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합병해 빅2가 될 수도 있고 일부가 외국에 팔려가거나 하나로 되는 극단적인 생각도 있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빅3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미 세계 자동차 메이커가 금융위기로 판매가 급감해 감산이나 감원 등도 불사하고 있고 일정기간 공장도 생산중지에 들어가는 등 후유증이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 시장에는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우선 GM대우가 영향을 더 받을 것이다. 전체 생산 물량의 90% 이상을 GM의 전 세계 판매망을 활용하는 GM대우자동차의 입장에서는 당장 판매 자체가 불투명하게 돼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이미 어려움에 봉착한 쌍용자동차도 문제다. 모기업인 상하이자동차의 지원이 없이는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모기업이 손을 떼기로 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미국에 미국 공장의 생산량을 포함해 70만 대 이상을 수출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입장에서도 빅3의 위기는 득보다는 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빅3의 붕괴는 틈이 발생해 기회가 되기보다는 전체 붕괴로 인한 후유증이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의 판매 확대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빅3에 상당량의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진퇴양난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항상 지적하던 한미FTA의 재협상 가능성도 더욱 불투명하게 된다. 빅3의 붕괴는 틀 자체를 흔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외적인 요인에 대한 실시간적인 분석과 행동도 중요하지만 이 기회에 우리 자동차 메이커는 내부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미국의 노조를 보면서 국내 노사분규의 원인과 근본 해결책을 찾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강하기 위한 물류 재배치나 혼류 생산 등도 능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에서 시작한 물류 재배치를 통한 노사협약은 전체 메이커로 전달되는 파급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형차 위주의 고성능 친환경 자동차 생산은 물론이고 원천 기술의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의 확실한 선택도 중요하다.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철저한 준비와 능동적인 대처로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를 기원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