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호 성남시 분당구 수내1동장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아랍 세계를 거쳐 유럽을 정복한 커피는 남미로 전해져 대량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2006년 말 현재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은 700만t 정도이고 소비량은 4천억 잔 정도이며, 100mL 커피 한 잔을 생산하기 위해 소요되는 커피콩은 100여 개, 커피콩 100개의 현지 가격은 10원 정도라고 한다.

커피콩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커피 45잔을 만들 수 있는 원두 1파운드(약 0.45㎏)를 생산해 팔면 평균 600원 정도로 이윤의 대부분을 가공·판매업자와 중간상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이윤의 1%는 소규모 커피 재배농가의 몫이고, 나머지 이윤의 99%는 거대 커피회사와 소매업자, 중간거래상의 몫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1%에 속하는 커피 재배종사자는 50여개국 2천만 명이고 그들의 대부분은 극빈자들이며 상당수는 15살 미만의 어린이들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1%와 99% 간 극의 차이를 통해 커피 한 잔의 우울한 이면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으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심각한 무역불균형 현상을 바로잡아 나가기 위해 미국의 작은 중소기업인 그린마운틴 커피는 ‘공정무역커피’의 비중이 27%로 2005년 에식스메거진이 선정한 ‘가장 윤리적인 100대 기업’ 2위에 선정된 바 있다.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선진국의 소비자가 저개발국의 생산자에게 직거래를 통해 정당한 가격을 지급하자는 윤리적 소비운동을 말한다. 예를 들면, 커피 소비국의 시민단체가 커피 생산국의 생산자조합으로부터 일반 커피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커피를 사들인 후, 자국에서 고가로 커피를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정당한 최저가격을 보장해줌으로써 현지 생산계층의 생활을 지원하고 아동노동을 근절하며 친환경농업을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추진하게 된 운동이다.

2006년 말 기준, 공정무역협회(FLO)에 따르면 58개국 100만 농가 500만 명 이상의 커피 재배농민들이 공정무역으로 혜택을 보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공정무역 제품을 생산하는 농장에서 더욱 심각한 임금착취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고 FLO 인증과정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커피의 원산지 가격이 낮은 원인은 과잉생산 때문이며 정치적 판단에 따라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공정무역운동은 오히려 시장의 수요와 공급 시스템을 교란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공정무역 커피는 전체 교역량의 0.1%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20~30%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소 광우병, 식품첨가제 멜라민 파동 등으로 먹을거리 문화에 대한 불신풍조가 팽배한 작금의 세태에 어찌 됐건 공정무역이 중간 마진을 최대한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품질의 질과 가격 측면에서 도움을 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남시에서도 특수시책으로 지방화 시대의 동반자로 상호 이해와 우의를 증진시키고 교류협력을 통해 양 지역의 공동번영과 주민복지향상을 위해 도·농간 자매결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의 한파로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되살리고 자매결연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정무역’의 시사점이 동사업 추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축년 새해, 커피 한 잔의 우울한 이면을 해소하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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