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부터 멜로, 판타지, 충무로표 조폭영화까지. 올 설 연휴는 여느 때보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극장에 내걸린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영화관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해피엔딩이 있는 가족코미디나 유쾌함을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을 추천한다. 또 설레는 연애를 막 시작한 연인들이라면 로맨스나 판타지를, 명절 후에 쌓인 일거리가 뒤통수를 간질인다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코믹액션물도 좋겠다. 설 명절을 전후해 개봉하거나 이미 개봉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들을 살펴보자.

◇개봉작 3파전

▲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

설 연휴 패권을 노리는 작품은 우위썬(吳宇森)감독의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과 톰 크루즈의 ‘작전명 발키리’, 유일한 한국 영화인 정준호의 코미디 ‘유감스러운 도시’다. 3편 모두 연휴 직전인 22일 개봉했다.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은 할리우드의 화려함과 우위썬 감독 특유의 누아르적 액션 스타일이 적절하게 섞인 작품. 동양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전투 ‘적벽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는 전략상 요충지 ‘적벽’을 중심으로, 조조의 100만 대군과 맞서는 주유와 제갈량의 지략과 전술, 명장들의 의리와 우정을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담았다.
제갈공명이 10만 개의 화살을 모으는 ‘초선차전(草船借箭)’이나 수백 척의 배가 불타오르는 ‘화공전(火攻戰)’ 등의 장면이 압권이다.
히틀러 암살 기도를 소재로 톱스타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작전명 발키리’는 소재의 참신성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히틀러의 사망을 대비해 세워놓은 비상 대책 ‘발키리 작전’을 이용, 히틀러 암살 후 나치 정부를 정복하려 했던 비밀 조직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히틀러와 독일에 대한 할리우드의 강박관념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관객을 몰입시키는 재주를 지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 유감스러운 도시
설 연휴 개봉하는 유일한 한국 영화인 ‘유감스러운 도시’는 정준호와 정웅인, 정운택 등 ‘두사부일체’의 출연진이 다시 모여 만든 조폭코미디영화. 조직에 잠입한 비밀경찰과 경찰에 파고든 조직원의 뒤바뀐 운명을 큰 틀로 곳곳에 웃음장치를 선보인다.
명절 때마다 봐왔던, 충분히 예견되는 줄거리와 웃음을 지녔지만 익숙한 만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사실 명절에는 복잡한 것보다는 잠깐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적격이다.

 

◇틈새공략 영화들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뭉쳐 일찌감치 관심을 모은 영화 ‘체인질링’도 22일 개봉했다. 영화는 19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아들을 잃어버린 홀어머니 크리스틴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 체인질링

아들을 잃은 답답한 심정부터 극한의 상황에 몰려 쏟아내는 분노까지 무리 없는 연기를 펼친 안젤리나 졸리의 활약이 감동을 전한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전형적인 가족영화 ‘베드타임 스토리’ 또한 22일 개봉했다. 영화는 늘 바쁘게 쫓기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조카들에게 들려주는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담았다. 실없고 한심해 보이지만 정 많고 마음 따뜻한 젊은이 역을 도맡아온 아담 샌들러가 미국식 코미디를 보여준다.

같은 날 프랑스 코미디 영화 ‘타인의 취향’이 8년 만에 재개봉했다. 배우이자 작가인 아녜스 자우이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사랑과 취향’의 문제를 유쾌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렸다. 더불어 사랑에 빠지는 것, 사물을 질문하는 것, 자신의 또 다른 취향을 개발하는 것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8년 전 단관개봉에도 5만 관객몰이를 하는 등 화제가 됐던 작품이기도 하다.

▲ 쌍화점
◇흥행은 계속된다 
개봉 3주째를 맞았지만 예매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쌍화점’은 고려 말기의 왕실을 배경으로 한 액션멜로. 왕(주진모), 왕비(송지효), 호위무사(조인성)의 묘한 삼각관계가 치명적인 결말로 치닫는 과정에서 곁들여지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 화려한 궁중 세트 등 풍성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남자 주인공들의 동성 간 베드신을 포함해 파격적인 장면이 화제가 됐다.
순풍에 돛단 듯 700만 고지를 향해가고 있는 ‘과속스캔들’은 가족 모두가 웃고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영화다. 차태현, 박보영, 왕석현의 3단 코미디가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할 뿐만 아니라 깔끔한 코미디와 유쾌한 대사, 감성적인 노래, 깜찍한 아역 연기가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유명 연예인이 10대에 딸을 낳고 30대에 손자까지 본다는 줄거리는 다소 작위적이지만 말이다.
유쾌 상쾌한 애니메이션도 두 편이나 상영 중이다. 실사 못지않은 화면을 자랑하는 ‘마다가스카2’는 뉴욕의 동물원을 탈출했던 춤추는 사자 알렉스와 동물 친구들이 아프리카에 불시착하면서 야생동물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애니메이션 ‘볼트’ 또한 슬슬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중이다. 오직 TV 안에서만 슈퍼히어로 뺨치는 엄청난 초능력을 가진 강아지 볼트의 미국대륙 횡단기가 펼쳐진다. 지난 70년 동안 셀 애니메이션의 전통을 이어온 디즈니가 처음으로 자체 제작에 도전한 3D 애니메이션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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