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옥 인천시교육위원회 교육위원

 2008년 지난해 언론들은 앞다퉈 유럽의 교육개혁 현장을 다뤘다. 그 중 단연 돋보인 나라는 지난 2000년부터 3년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하고 있는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국토의 면적이 한반도의 1.5배에 이르지만, 전 국토의 85%가 숲과 호수로 나무를 제외하곤 자원이 빈약한 인구 520만 명의 작은 나라임에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2001년 1위, 2002년 2위 등 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이는 교육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임을 입증하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PISA 순위는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2008년 세계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평가 대상 55개 국가 중 3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PISA 순위는 최상위권이면서도 핀란드보다 국가 경쟁력이 한참 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와 핀란드 모두 PISA 순위는 최상위권이지만, 핀란드는 학습흥미와 동기가 모두 높은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흥미와 동기는 OECD 전체 41개 나라 가운데 각각 31위, 38위로 최하위권이라는 사실이다.(2003년 PISA 수학부문의 결과)
그렇다면 핀란드 학생들이 학습흥미와 동기가 모두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학교 간 서열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 간의 서열이 없다. 따라서 아이들이 입시경쟁이나 방과 후에 학원으로 내 몰지 않아 공부에 싫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핀란드에서의 평가는 단지 수업이 잘됐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평가가 교육의 목적이 돼 평가순위에 집착하게 된다. 따라서 평가는 주어진 문제에 대해 이론의 여지없이 분명한 답을 할 수 있는 내용이 주가 된다. 하지만, 사회 문제나 자연 현상에 대해 해석하는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사회 문제나 자연 현상에서 겪는 문제들은 대부분 답이 모호하거나 애매한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개인 간 경쟁보다는 학습과제를 대부분 팀별로 수행한다.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 간의 팀별 학습이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를 고르게 높여 준다는 것이다. 개인 간 경쟁에만 익숙한 학생들은 일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과 협동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넷째,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학교에서는 덧셈·뺄셈을 가르칠 때, “□+□=10. □에 각각 들어갈 숫자는?”과 같은 유형의 문제를 자주 출제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1과 9, 2와 8,…9와 1” 등 여러 개의 답을 적는다. 우리는 그와 반대로 “1+9=□. □에 들어갈 숫자는?”과 같은 문제가 주를 이룬다. 핀란드의 아이들은 초보적인 산수를 배울 때부터 “문제의 답은 여러 개일 수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배어든다. 결국 답이 하나뿐인 문제로 시작하는 것과 답이 무궁무진한 문제로 시작하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다. 이런 차이가 훗날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교육을 핀란드식으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교육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그 해결 방안은 먼저 학교교육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에서는 정답이 있는 문제 이외의 팀별 과제 보고서 등의 평가는 교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점수가 부여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런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교육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핀란드의 교육은 학교와 교사를 믿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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