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 대한 정부의 평가가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소식이다. 우리의 경제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음은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1%과 4.2%로 대폭 낮춘 것은 각종 대형 악재들이 겹친 1분기의 저조한 실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의 조기종결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침체와 국내 내수의 위축으로 성장률 4%대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어 걱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은은 올 성장전망을 5.7%에서 4.1%로 1.6%포인트나 낮추었으며 KDI도 5.3%에서 4.2%로 전망치를 낮추었다. 그러나 KDI는 더 나아가 경우에 따라서는 성장률이 3%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KDI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 하락됐기 때문에서다.
 
한마디로 경기가 나쁘면 부도가 증가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거래 기업부도 통계에서도 지난 1월 290개, 2월 510개, 3월 450개로 1분기중엔 거래기업의 부도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어디 이뿐인가. 1분기중 6만489건의 가압류 신청이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9천22건보다 무려 2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가압류 신청건수는 1월 1만8천918건에서 2월 1만9천845건, 3월 2만1천726건으로 매월 건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는 이처럼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데 정부의 대응책은 매우 미흡하다. 민간기관이나 국책기관이 한 목소리로 성장률 하락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5% 목표를 고수하며 부양책은 거부하는 것과 같아 우려된다. 하긴 경제살리기에만 집중하게 되면 체질이 약화되고 구조개혁에 지장을 줄 수 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민들의 쓸 돈이 없는 판에 구조개혁에 나설 수만은 없다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날처럼 부동산경기의 부양이나 가계 빚에 근거한 무절제한 소비확장을 유도하라는 것은 분명 아니다. 아무튼 민간전문가들의 이번 수정 전망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에 너무 낮춰 잡은 것이란 평도 있긴 하지만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면 하반기엔 경기가 회복될 수도 있다. 어쨌든 KDI가 제기했듯이 통화신용정책의 신축운용과 재정의 경기조절기능활용 등 해법을 수용할 때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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