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한국전력이 도심흉물인 전신주의 지중화 사업과 관련해 공사비 부담을 놓고 서로 책임을 떠미는 등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인천시와 한전이 서로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을 서로에게 넘기는 것은 온당치 않은 처사다. 도로변이나 주택가를 통과하는 전신주를 포함한 모든 공중에 뜬 전선을 지중화 할 경우 시민들은 보다 쾌적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게 돼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천시는 최근 도시정비 차원에서 군·구별 시범사업으로 전신주에 대한 지중화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이를 한전에 요구하고 있으나 한전측이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된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한전 측이 기피하는 이유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 같다. 시의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330여억원이 소요돼 난색을 표하는 모양이다. 시는 현재 계양구를 제외한 총연장 33.325km의 군·구별 시범사업 대상지를 선정해 놓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시와 한전 양측이 지중화 사업에 대한 인식 차이에 있는 것 같다. 우선 시는 한전이 그동안 자체적으로 지중화사업을 추진해 왔고 전력공급은 한전의 기본적인 업무인 만큼 시에 공사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을 한전측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한전측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현재 수요자에게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해 지중화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우선 순위에 따라 예산이 배정돼야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도 일리가 있다. 이처럼 시와 한전측이 원론적인 질문과 답변으로 일관한다면 전신주의 지중화 사업은 말 그대로 요원한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기는 한전이 인천지역에서 크게 흑자를 내고 있다는 데 있다. 정확하게 숫자로 나열하지는 못하지만 수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으면서 공사비 부담을 이유로 지중화사업을 미루거나 외면한다면 공기업으로서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한전은 인천에서 내는 이익을 시민들에게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시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 지중화사업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