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합법화된 지 4년째 접어들고 있다. 교단의 개혁과 참된 교육을 부르짖으며 태동한 때가 지난 89년. 당시 참교육 세대들이 30대 중반을 바라보게 됐으니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선생님들이 전교조 합법화를 요구하다 학교를 떠나야했던 시절, 전교조가 뭔지 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학생들은 우리 선생님이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만은 확신했었다. 참교육 세대들에게 스승의 날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스승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단연 해직교사들을 꼽는 것도 이들에 대한 애틋함과 존경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그런 전교조 교사들이 합법화 이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의 죽음이 전교조와 연관됐다는 언론 보도가 있으면서 학생들의 등교를 거부하는 학부모들을 비롯해 전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고인이 된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이 이 학교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 대접을 시키면서 비롯된 것으로 전교조가 이 여교사에 대한 성차별과 교권침해를 문제삼아 진상파악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처음에 서 교장은 여교사의 원상복직과 성차별 및 부당한 업무부여에 대한 사과 의사를 표명했으나 서면사과를 요구하는 전교조와 충돌하게 됐고 여기에다 초등학교 교장단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면서 전교조와 동료 교장들 사이에서 심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 교장의 죽음 이후 지금껏 자살배경을 둘러싸고 전교조와 유족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확한 조사가 있은 뒤라야 책임소재를 추궁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교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돼 있는 전교조가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14일 현재 한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 `전교조가 필요이상의 과잉대응을 했다'는 응답이 `전교조의 사과 요구는 정당한 것이었다'는 응답보다 20%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처럼 첨예한 사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전교조에 대한 지금의 국민적 비난이 결코 이번 서 교장의 죽음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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