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태동하면서 인간들이 끊임없이 추구해왔던 게 바로 무병장수일 것이다. 생명을 가진 무엇이라도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39세의 젊은 나이에 중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통일왕국을 건설했던 진시황 역시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해 영생불사의 불로초를 구하려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하고 결국은 400여명의 유생들을 생매장시킨 갱유사건을 일으킨 것만 봐도 가히 짐작할만 하다. 굳이 진시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무병장수를 꿈꾸며 몸에 좋다는 온갖 보약과 운동을 병행하며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인간생명의 유전적 청사진인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돼 유사이래 인류의 염원이던 무병장수의 꿈을 한층 더 가까이 실현시킬 수 있게 됐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미 국립인간게놈연구소는 지난 14일 인간의 생물체가 가진 유전정보를 100% 해독한 게놈지도 완성본을 당초보다 2년 빨리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0년 인간이 가진 전체 DNA에 담긴 유전정보를 밝히는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등 6개국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의해 시작된지 13년만에 마침내 신의 영역에 접근하게 된 것이다. 게놈지도의 완성이 당장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키고 모든 난치병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뇨병, 백혈병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결정적 유전정보를 밝힌 것은 물론 난치병인 암을 비롯, 심장병, 치매, 천식, 에이즈 등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정체를 파악하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그동안 무수한 학설로 존재했던 인간진화에 대한 의문점도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보여 가히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직 5만개의 유전자와 100만개의 단백질을 갖고 있는 인체에서 유전자가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규명하는데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인류가 갈망해왔던 무병장수의 꿈은 그리 멀리 있지 않은 것 같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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