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 총학생연합(합총련) 신임의장의 한총련 합법화 발언이 화제다. 그는 한술 더 떠 한총련의 발전적 해체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총련의 이같은 변화모색은 그동안 이적단체로 규정돼 다수의 학생과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해왔던 상황에서 벗어나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활동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열어보자는 것으로 짐작된다. 시대상황에 순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행동강령과 규약을 계속 고집할 경우 설자리마저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조직의 존립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인식이기도 하다. 한총련의 이러한 시도가 향후 대중성 확보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하겠다. 한총련은 전대협에서 탈바꿈한 출범 초부터 대중화에 실패했다. 북한의 연방제통일안 추종과 잇따른 폭력시위로 지지기반을 점차 잃고 말았다. 지난 87년 연세대 사태는 대법원의 이적성 판결로 이어져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었고 과격성, 폭력성으로 인해 운동권의 규합에 실패한 것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념투쟁 일변도의 학생운동으로는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간과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학생운동 세력이 반대만 하는 안티세력이 아닌 대안세력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신임 의장단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합법성을 갖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조직강령의 개정이다. 대한민국을 미제국주의의 식민지로 규정하고 미국을 주적으로 간주하는 등의 이적성 강령을 유지하고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문은 북한의 대남적화 통일노선에 부합하는 폭력혁명 노선을 채택함으로써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라고 규정했다. 한총련은 연방제 강령을 삭제하기도 했으나 미국을 비롯한 외세의 부당한 지배와 간섭을 막아내고 조국의 완전한 자주화를 실현한다는 조항 등이 합법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은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신임의장은 사회 각계와의 공청회를 거쳐 새 강령을 마련해 하반기 대의원 대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강령의 개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함께 한다. 한총련은 앞으로 대중조직으로서, 또 합법적인 대안세력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해 실제로 노선과 행동이 바뀌었음을 대외적으로 과시해야 할 것이다. 한총련의 앞으로의 움직임과 변화과정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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