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

 각급 학교의 졸업식과 입학식이 한창이다.

졸업식은 학업의 한 자락을 매듭 짖는 행사이고 입학식은 새로운 학업의 장으로 입문하는 절차다.

엄숙하고 격조 높아야 할 이런 행사에서 의식과 질서가 엉망인 것을 그 동안 많이 보았다. 부모와 친지 그리고 정치인들이 함께 졸업과 입학을 축하해주는 것은 미풍양속이라 하겠지만 그것이 성스러워야 할 행사의 권위를 훼손시키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단골손님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물론 이들이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을 사랑하고 관심이 있다는 데서 환영한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은 졸업생과 입학생 축하보다는 유권자인 학부모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고 축사 또는 내빈 인사가 끝나면 사진이나 찍고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서둘러 자리를 뜨기 십상이다.

이들이 졸업생과 입학생을 진심으로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다면 학부모보다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따듯한 위로와 격려를 해줘야 함에도 명함이나 돌리고 얼굴이나 알리려는 정치 행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러한 정치형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존중받는 정치인으로 태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학교장의 인사나 내빈들의 축사가 진행되는 엄숙한 시간에 학생들이 자리를 이탈 해 들락거리고 부모들은 카메라를 들고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면서 뻔쩍거리며 사진을 찍는 모습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러한 무질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늦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라고 했다. 지금부터 이러한 정치형태나 무질서를 추방해 남을 존중하는 사회로 바꿔 나가는 데 내가 먼저 앞장서 보자.
무질서는 졸업식과 입학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크고 작은 행사장에서도 질서 없는 행동으로 엄숙함을 찿아 보기 힘들다. 이런 무질서 속에서 우리가 세게 일류국가 또는 선진국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바른 생각을 갖지 못하고 바른 습관을 키우지 못한 사람이 법과 제도까지 망가뜨리는 행동으로 사회를 혼돈상태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에 하는 말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는 자신을 먼저 희생하고 남을 앞세우는 사람으로 제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남을 생각하고 존중하지 않고 말로는 질서를 지키자고 외친다면. 그리고 남도 살고 나도 살아야 하는데, 나만 살고 남은 죽어도 좋다는 식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일류국가로의 진입은 한낮 꿈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구가해서인지 몰라도 남을 존중하지 않기로 작정했는지, 아니면 남의 일에 의식 따위를 존중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남의 의견을 수용하고 관용을 베풀 생각을 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 우리는 가치관의 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정치가 불신을 받고 경제가 어렵다 보니 정치개혁·경제개혁·사회개혁·의식개혁 등 나라를 밑바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기초적인 질서의식으로 서로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바탕으로 내일을 모색하기 위한 관용의 정신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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