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테러의 무모함과 끔찍함에 치를 떨었던 1년전 오늘 9월11일. 세계인들은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비행기 테러로 인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아야 했다.

어떠한 논리와 변명으로도 무고한 사람들을 자신의 이념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살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분노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대 테러 전쟁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미국이 주도하는 대 테러전쟁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왜 하필 미국의 대 테러 희생국이 아프가니스탄인가. 아프가니스탄은 유엔이 선포한 기아국으로 이미 빈사상태에 빠져있었으며 미국에 대항할 힘조차 없는 최빈국에 불과했다. 여기에 미국은 1년이 다 되도록 빈 라덴이 테러범의 수괴라는 확실한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지 아프가니스탄이 반미국가라서 아니면 미국이 증오하고 있는 아랍계 테러범들이 모여있다는 것 때문에 그토록 처참하게 짓이겨 놨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아니면 미국은 세계의 주도권을 확장시키기 위해 또 다른 음모가 있었다는 것인가.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사회는 애국주의와 전쟁심리가 더욱 팽배해졌다. 세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자기도착적 착각으로 미국을 따르든지 아니면 적이 되라는 서부극에서나 볼 수 있는 오만불손한 독선에 빠져들고 있다. 이미 미국의 공습으로 죄없는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탈레반 포로들이 처참하게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외신이다. 미국은 또다시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무서운 일이다. 미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는 언제든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진정 세계평화를 원한다면 패권주의를 포기하고 그들이 미국에 가졌던 분노를 풀어줄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할 것이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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