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지역 등 전국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절반 이상이 관용차로 그랜저급 이상을 사용하고 있어 단체장들의 의식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일부 광역 및 자치단체장들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치를 밑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 한 채 여전히 고급형 관용차량을 선호해 아직도 권위주의 시대의 병폐를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행정자치부가 엊그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전국 284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이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그랜저가 126대(50.8%)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다음으로 포텐샤 57대(22.9%), 삼성 SM5 14대(5.6%), 체어맨 8대(3.2%), 다이너스티 7대(2.8%) 순이다. 이중 인천시와 경기도는 3천678만원대를 웃도는 최고급 승용차인 체어맨(2천297cc)을 사용하고 있다. 행자부 규칙에 의하면 광역자치단체장의 경우 2천500cc를, 기초자치단체장은 2천cc급을 관용차량으로 각각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이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에 대해 문제를 삼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치인 57.6%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포천군(46.3%)의 경우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체어맨을 운용해 고가 구입액 1위를 기록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군수가 좋은 차량을 타고 다닌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주민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내 머리속에는 관청의 장이 고급 승용차를 타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이 아니다. 군사독재정부시절도 아니고 말 그대로 국민의 정부시대가 아닌가. 시대가 바뀌면 단체장들의 의식도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도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1천500cc급의 차량을 탄다고 주민들이 그를 우습게 본다면 그것은 주민들의 사고에 문제가 있다. 아마도 주민들은 그같은 단체장을 더욱 존경하고 우러러 볼 것이다. 전북 전주시의 단체장은 1천500cc급 아반떼를 사용하고 있다. 또 대구시 남구청장과 전북 정읍시장이 10년이 넘도록 각각 1천200만원과 1천400만원짜리 콩코드를 관용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여느 자치단체장들보다 못해서 이같은 차량을 이용한다고 본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인천·경기지역 단체장들도 자신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이번 기회에 가져보기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