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천택 한국스포츠교육학회장 겸 인천대 교수

 인천이 아시안게임을 유치함으로써 1986년 서울대회와 2002년 부산대회에 이어 국내에서는 세 번째로 하계 아시안게임을 열게 됐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88올림픽, 2002한·일 월드컵 등 대규모 국제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아시안게임에 대한 인기가 다소 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에게 아시안게임은 올림픽 못지 않은 크고 중요한 국제행사다. 우리나라는 이미 스포츠 10대 강국이 됐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아시안게임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아시안게임은 유치도시와 중앙정부가 역할을 달리하며 함께 치루는 국제행사다. 정부는 아시안게임 개최에 필요한 도로건설에 50%, 경기관련 시설에 30%의 보조금을 교부토록 돼 있다. 정부는 그러한 권한을 행사하며 경기장 건설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려 하고, 유치도시는 대규모 국제대회를 계기로 지역발전에 필요한 시설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 크게 다르며, 이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할 경우 갈등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대회준비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인천도 예외 없이 주경기장 건설을 두고 정부와의 의견 차이로 비슷한 갈등을 빚었다.   
인천시는 주경기장을 포함한 20여 개의 경기장을 문화·복지시설로 건설해 대회가 끝나면 지역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설득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대규모 경기장 건설의 비경제성과 사후관리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꺾지 않았다. 인천은 문화관광체육부의 그러한 입장을 일부 수용해 경기장의 신설규모를 13개로 줄이고, 애초에 6개로 계획했던 주변시설의 사용을 14개로 늘렸다. 주경기장도 사후관리나 환경문제를 고려해 고정석 3만여 석에 가변석 4만여 석을 건설한 다음 대회가 끝나면 가변석은 재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포스코와 인천시가 7:3의 재정부담 비율로 주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시가 경기장 건설 문제를 두고 협의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논의의 초점이 아시안게임의 본질적 가치를 크게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규모 국제대회의 개최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문화·복지의 혜택은 뒷전이고, 정치경제 논리만 너무 앞세운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아시안게임을 왜 유치하며, 유치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제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를 위한 큰 문제가 조금 해결돼 가고 있다고 볼 때 이제는 아시안게임의 참다운 정신을 찾을 때라 생각한다.

21세기 문화·복지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상은 신체적으로 활발한 생활패턴, 페어플레이 정신, 상호존중과 평화공존의 시민의식이다. 이제 아시안게임은 이러한 가치를 구현하는 대회로 발전해야 한다. 아시아 각 국의 젊은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포츠맨십의 참다운 가치와 신체적으로 활발한 삶의 가치를 체험하고 나아가 상호 이해와 우의를 돈독히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평화로운 아시아의 건설을 이룩해야 한다. 이것이 아시안게임의 참 정신이자 올림피즘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올림피즘은 신화(Myth)가 아니라 게임에 출전하는 선수 각자가 얻을 수 있는 체험적 가치여야 한다. 지금까지 올림피즘의 핵심가치는 스포츠 경기를 통한 스포츠맨십의 발달과 세계평화의 구현이었다.
그러나 이제 스포츠의 사회문화적 가치에 체육복지의 가치를 더해 올림피즘의 새로운 지향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즉,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각자가 스포츠의 내면적 가치로서 스포츠맨십과 ‘신체적으로 활발한 생활패턴’을 체험하고 그 소중한 가치를 실사회에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올림피즘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올림픽이 정치·경제적 이유로 출발 당시의 숭고한 이념과 소중한 가치를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듯이 아시안게임 또한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올림픽이 100여 년 동안 그리고 아시안게임이 반세기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민족주의와 상업주의의 부단한 압력에 도전하며 올림피즘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의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스포츠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활발한 신체활동을 통한 삶의 질적 향상’은 스포츠복지의 가치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이 두 가치를 동시에 구현하는 대회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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