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재현(민주당·광명갑)국회의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경제위기 극복의 방책으로 부동산 투기 조장 카드를 들고 나왔다. ‘강부자 내각’으로 출발한 현 정부가 종부세 무력화, 무분별한 세금 감면 등으로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더니 급기야 16일부터는 ‘경제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비사업용 토지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진작으로는 기업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선진국들의 부동산 거품과 이를 기초로 한 거품 금융거래로부터 비롯됐으며 우리 역시 지난 10년간 부동산 부분에 상당한 거품이 누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질서와 국가경쟁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 않고 부동산 거품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것은 부동산 거품과 경제위기를 반복하는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국민들 대부분이 소득감소와 일자리 상실로 신규주택을 매입할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자금동원력을 가진 계층의 투기적 토지수요만을 부추기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 조치에 비거주자의 국내 주택 소유에 대한 세제지원까지 들고 나오면서 국내 주택시장을 전면적인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에 의한 집값 상승과 건설경기 부양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지표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막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경기회복시점에서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더구나 장기적으로 부동산 거품으로 인해 서민들의 근로의욕과 기업들의 생산활동을 더욱 위축시켜 우리 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킬 뿐이다.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켜 집값하락을 가로 막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정기국회에서 2주택자에 대해 기본세율을, 3주택자에 대해서는 45%의 세율을 2010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바 있다. 이는 부동산 과다보유자가 부동산을 처분하게 함으로써 실수요자들의 부동산 소유를 용이하게 하고 그 판매 자금이 소비와 투자에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세법 개정이 있은 뒤 그 성과도 검증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전면 폐지를 들고 나오는 것은 국회의 입법취지를 전면 부정한 처사이자 세법의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조치다.
더구나 정부는 이번 조치의 적용시점을 16일로 공개함으로써 국회를 통법부로 전락시키고 있다. 조세법정주의에 의해 세법은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효력을 발휘해야 함에도 정부는 적용시점을 국회 통과에 앞서 공지함으로써 국회의 심의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주택 소유자가 있어야 서민들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 역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이전에 다주택자에 대한 철저한 임대소득 과세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완화조치로 인해 정부가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건전한 방향으로 경기를 회복시키려 하기보다는 눈앞의 손쉬운 거품을 통해 경기진작에 나서려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을 크게 해쳐 전반적인 경제위기 극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때는 적극 협력해 나가겠지만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해치고 경제위기 극복마저 어렵게 하는 부동산 투기 정책을 계속해 추진할 때는 이를 적극적으로 저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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