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갑곶리에 위치한 천주교 갑곶돈대 순교자 성지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조촐한 위령제가 열렸었다. 한국전쟁 서울 수복이후 부역자나 월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학살당했던 강화도 주민 300여명의 영혼을 달래는 강화양민학살 희생자 위령제가 열린 것이다. 이날 위령제에는 강화양민학살 희생자유족회와 인천민족사랑청년노동자회 등 13개 단체 회원 및 일부 시민 등 50여명만이 참석해 희생자 가족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강화양민학살 사건이란 서울 수복이후 강화도 옥계 갯벌과 갑곶 나루터 등 강화지역 여기저기서 부역자나 월북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300여명이 학살당했던 사건을 말하며 유족들은 이 학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강화양민학살 희생자유족회'를 만들었다. 이 유족회는 지난 93년 구성돼 그동안 강화도 양민학살에 대한 자료 수집과 가해자 진술 등을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청와대와 국방부 등 관계기관에 진상규명 및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해왔다. 유족회는 52주기를 맞은 이날 희생자들에게 합동위령미사와 함께 추모사와 추모시를 바쳤으며 우리나라의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살풀이 등으로 영혼을 달랬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부른 광복이후 이념 갈등은 현재 신고된 희생자수만 1만4천28명으로 집계된 제주 4·3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사건은 제주 4·3특별법에 따라 두차례에 걸쳐 관련 희생자 신고를 받은 결과 사망 1만715명, 행방불명 3천171명, 후유장애 142명 등 총 1만4천2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며 현재 남아있는 유족수만도 2만8천561명에 이른다. 이 사건은 다행스럽게도 지난 2000년 9월부터 진상규명에 들어가 오는 9월이면 사실여부를 가리는 최종 진상조사보고서가 작성된다고 한다. 그러나 강화양민학살사건의 진상규명은 일부 시민단체와 노동단체가 위령제에 참가하는 정도로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희생자 유족회의 목적은 양민학살임을 밝히는 정부차원의 진상규명이다. 그래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에게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영혼을 달래주겠다는 것으로 제주 유족들과 다를 게 없다. 유족회는 앞으로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진상규명은 물론 위령비 건립과 `한국전쟁전후민간인학살문제해결을 위한 통합특별법' 제정에 나선다고 하니 이제야 말로 시민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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