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象牙塔) 속에 갇혀 있는 닫힌 지식을 갈망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학생 개개인의 잠재능력과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는 대학, ‘학생감동’을 최우선으로 손꼽는 우리 경인여대야말로 진정 이 시대를 이끌어갈 상아탑이 아닐까 합니다.”
박준서(69) 경인여자대학 제6대 총장은 인천 유일의 여자대학인 경인여자대학에 대해 이 사회가 요구하는 재원을 배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만한 대학이라고 자신했다.
정의·사랑·진리·창조라는 기독교 정신에 따라 지난 1992년 3월 첫발을 디딘 경인여대.
애초 7개 학과 640명으로 걸음마를 시작했던 경인여대는 열여덟 해가 지나는 동안 그 규모가 3개 학부 10개 학과에 4천300명이나 되는 성장을 이뤘다.
“우리 대학은 살며시 손을 가져가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꽃망울’과 같습니다. 세찬 겨울의 풍파를 묵묵히 견뎌내고 시나브로 다가온 봄 앞에 그 자태를 뽐낼 날만을 기다리는 꽃망울 말입니다.”
박 총장의 머릿속에는 지난 2000년 학내분규가 시작돼 근 8년간의 시련을 감내해 온 경인여대의 지난날이 그려졌다.
비록, 그 기간을 함께 이어오지 못했으나 속 깊은 면면까지 익히 들어온 터라 그 인고의 시간을 묵묵히 버텨낸 경인여대 모든 구성원에게 연방 존경을 표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백창기(74) 이사장의 취임식과 경인여대의 ‘새 출발 선포식’에 대해 그간의 모든 근심 걱정이 해결됐던 ‘역사적인 순간’이라 평가했다.
박 총장은 경인여대의 보배인 재학생들에게는 “사랑과 봉사의 기독교적 인격과 품성을 체득하는 것은 물론 전공에 관계없이 외국어 공부에 매진해 세계 어디에서든지 당당하게 일할 수 있는 재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조언했다.
박 총장의 취임 원년 최대 현안은 대학기구 개편을 통해 경인여대를 지역에서 사랑받는 시민중심 대학으로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박 총장은 사회봉사센터와 홍보팀을 독립기구로 재편성하고 대학 내에 설치된 수영장을 비롯해 볼링장, 골프장 등을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평생이 지났네요. 아이들도 모두 장성해 미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두 노인이 요즘은 풋풋했던 젊은 날 연애하듯 주말이면 함께 등산을 즐기곤 합니다.”
박 총장은 1964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신학대를 다니면서 역시 이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연대 신학대에 입학한 장상 의원을 만났다.
이어 둘은 나란히 예일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 석사를 밟는 과정에서 백년가약을 맺었으며 연이어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도 함께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 2003년 예일대와 프린스턴 대학원에서 주는 ‘자랑스러운 동문인 상’을 동시에 수상하기도 했다.
박 총장은 최근 경기침체로 대학등록금을 제때에 마련하지 못하는 재학생들에 대해서도 고견을 제시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휴학하는 학생들이 예년보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사회의 어려움에 맞춰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고 장학금의 재원은 오히려 더 많이 확보했습니다. 그럼에도, 경비를 절감해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더 전해주고 싶은 고심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박 총장은 “학생·교직원·교수 등 대학 3주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손을 맞잡아 지역에 보탬이 되는, 지역과 함께 하는 대학이 되려고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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