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기)+Something New(새로운 것)는 창작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어떤 강박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것에 대한 창작열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 기막힌 생각, 멋진 아이디어라 생각해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그거 언젠가 들어본 이야긴 거 같은데?’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가 있지 않아?’라고 돌아오는 메아리들.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예술과 창작 행위가 시작됐으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어쩌면 불가능한 미션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가지의 새로운 작품들은 어디서고 쏟아져 나온다. 두 편의 영화 캐쉬백과 더 리더를 보다 문득 이런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왜 창작을 하는 것일까?’

두 편의 영화를 봤다. 2007년 국내 개봉을 했던 작품 ‘캐쉬백(Cashback)’과 2009년 케이트 윈슬렛에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더 리더:책 읽어 주는 남자’. 더 리더는 2차대전 중 유태인 학살에 가담하게 된 한 독일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시대적 상황은 영화 속 배경에 불과할 뿐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나와 마이클. 35살 여성과 15살 소년의 사랑에는 20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존재하긴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소통이었다. 한나와 마이클은 책을 통해 사랑을 이어갔고, 이후 한나가 전범 죄인으로 감옥에서 종신형 살 때에도 이들은 책을 통해 소통을 한다. 그리고 문맹이었던 한나는 그가 읽어주는 책을 통해 서서히 글을 깨우치며 책이라는 매개물을 통하지 않고 스스로 마이클과 소통을 하려고 시도한다.
영화 캐쉬백도 마찬가지다. 20대 초반의 미대에 다니는 벤은 최근 여자친구와 이별을 겪으며 4주째 잠을 못 이루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게 밤잠을 못 이뤄 뒤척이던 그는 야간에 슈퍼마켓에서 근무하며 잠자지 못하는 8시간을 없애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욱더 자신 속에 고립돼 간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또 다른 사람, 샤론이 나타나고 그는 자신의 재능인 그림을 통해 그녀와 소통하려 한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에게는 너무도 잘 보이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하얀 캔버스 위로 그려낸다. 벤은 비단 샤론이 가진 외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그녀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시각화함으로써 샤론은 벤과 소통하게 되고 진심으로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예술의 창작은 자기만족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창작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자기만족을 넘어선, 소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캐쉬백과 더 리더는 그런 점에서 영화 속 주인공들만이 서로 소통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결국엔 그것을 보는 관객들과 소통하려고 다가서고 있다. 이렇게 관객들과 소통하려고 할 때, 작품이 가진 호소력은 깊어지고 극장을 찾는 관객들 또한 재미를 넘어선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소통. 이것이 우리가 그토록 새로운 소재를 찾아 창작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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