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진심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또 진실에 다가가려고 애쓰고 있다. 성실히 일하는 것, 세상을 알기 위해 공부하는 것, 그리고 가까운 예로 바로 지금 이 순간, 신문에 기사를 쓰고 또 그 기사를 읽는 것 또한, 어찌 보면 세상의 진실에 다가서려는 우리의 노력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란 것은 과연 그렇게 우리가 볼 수 있는 현상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일까? ‘보이는 대로 믿을 것인가?’ 아니면 ‘믿는 대로 볼 것인가?’ ‘진실은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Blow-up(확대)는 1966년 제작된 모더니즘 영화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작품이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도도하고 이기적이며 자신만만한 잘 나가는 젊은 사진작가로, 피사체의 시각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사진’을 찍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러던 어느 오후 그는 근처 공원에서 연인으로 보이는 한 쌍의 커플 사진을 우연히 찍게 되고, 그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 속 여인이 어딘가를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을 보게 된 토마스는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의 사진을 계속해 확대(Blow-up)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가 찾아낸 또 다른 ‘사실’은 평화로워 보이는 공원 이면에 숨은, 살인사건을 촬영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살인사건에 대한 증거물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사진을 확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날로그 필름은 확대하면 확대할수록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기보다는 점점 더 사물의 형체를 불명확하게 보여줄 뿐이었다. 결국 늦은 밤 다시 공원을 찾은 토마스. 그는 그곳에서 한 남자의 시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지만, 누군가의 침입으로 공원에서 찍은 사진은 모두 사라지고 원형을 알 수 없이 확대된 사진 한 장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다음 날 아침, 토마스는 다시 한 번 공원을 찾았으나 그곳엔 전날 밤에 봤던 시신의 흔적도 사라져버려 살인사건이 정말 일어났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과연 그곳에서 정말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는 정말로 살인 현장을 목격한 사진을 찍었던 것일까? 복잡한 심경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토마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공원에서 마임으로 테니스를 치는 것을 보게 된다. 보이지 않는 공과 라켓으로 치는 마임 테니스를 그는 그저 호기심 어리게만 지켜보다 서서히 자신의 귀에 또렷하게 들리는 공 소리를 듣게 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엔 무수히 많은 현상들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마치 추리소설을 읽듯 사라진 사진과 사라진 시신을 찾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보지 못한, 혹은 보려고 노력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고 더 나아가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어느 정도 사물의 실체를 알게 해 주는 중요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보이는 것만을 믿는 것이 아닌, 그 현상의 내면을 좀 더 깊이 보고 느끼려고 다가선다면 우리는 더욱 그 본질에 가깝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영화 ‘Blow-Up’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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