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여름이라도 온 것처럼 한참 태양이 뜨거운 요즘, 시각적인 시원함을 넘어선 차가운 감촉마저 느낄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할까 한다. 북유럽 스웨덴의 겨울 풍경을 가득 담은 화면과 뱀파이어가 등장한다는 공포 코드까지 합쳐져 영화를 보다보면 약간의 한기마저 느낄 수 있는 영화 ‘렛 미 인’. 하지만 단순히 때 이른 감이 있는 더위 탈출용 영화라기보다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더 크게 다가오는 영화라고 함이 적절할 듯싶다. 2008년 개봉해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감독상과 관객상을 받은 바 있다.

티 없이 하얀 얼굴, 금발 머리의 예쁘장한 남자아이 오스칼은 12살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별거 중이고 그는 친구도 없다. 아니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같은 반 친구 몇몇에게 괴롭힘을 당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늘 오스칼은 그런 아이들의 폭행을 견뎌내기만 할 뿐 아무런 저항이 없다. 그러던 어느 밤, 옆집에 이엘리라는 12살 동갑의 검은 머리 소녀가 이사를 온다. 그리고 그녀가 이사온 후 공교롭게도 마을에선 살인사건이 자주 발생하게 되고, 오스칼은 이웃집 소녀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비밀을 안다고 해도 이엘리를 향한 오스칼의 마음은 이미 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든다. 그런 소년의 마음을 알고 소녀도 닫혀 있던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렛 미 인(Let me in)이라는 말은 ‘들어가게 해 줘요’ 등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 속에는 유독 문이나 창문 등을 통해 이야기하거나, 혹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등의 행동이 많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웃집에 살고 있는 소년과 소녀는 모스 부호를 이용해 둘의 공간을 가로막는 벽이라는 장애물의 제약을 뛰어넘어 못다한 이야기를 밤새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 어린 사랑에도 시련이 닥치게 된다. 오스칼은 어쩐지 이엘리와 느낌이 비슷한 아버지의 친구와 아버지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자신의 사랑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배신감과 복수심에 소녀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닫아버리게 된다. 그런 그의 차가운 행동에 이엘리는 오스칼의 문 앞에 서서 ‘렛 미 인’이라 말을 하며, 마치 눈물을 흘리듯 자신의 몸속에 있는 피를 밖으로 내뿜으며 아픈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외로움, 소통, 사랑이라는 단어들과 그 의미들이 가슴을 저미게 하는 영화 ‘렛 미 인’. 절제된 영상, 대사, 음악 등의 이미지의 표현을 통해 오히려 더욱 섬세한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이 영화는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한 편의 수채화 같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작품이다. 눈과 얼음 그리고 차가운 푸른 기운이 느껴지는 영상미와는 대조적으로 가슴이 시린 듯 아리지만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북유럽에서 온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도 마음의 문을 조금 더 열어 보는 것은 어떨까? 내 마음속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혹은 내가 들어가고 싶은 마음속의 그 사람을 위해서.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