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 단백질의약품 생산대행(CMO) 세계 3대 기업, 바이오산업의 선두주자….’
인천 송도국제도시 경제자유구역에 위치한 주식회사 셀트리온의 수식어는 화려하다.
상장 8개월 만에 시가총액 1위의 자리에 올라 지난주 시총 2조 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매출인 408억 원과 영업이익률 44.2%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2010년부터 출시되는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은 셀트리온의 영업이익률을 70%까지 끌어올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 성공가도의 주역은 1990년대 대우자동차 경영혁신작업을 주도했던 서정진(52)회장.
신화를 써 가고 있는 서 회장을 본사 사옥에서 만났다.

 # 서정진, 그는 누구인가

“기업 경영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알고 있는 진리를 실천하는가가 문제죠. 다만, 경영자는 덕장이 돼야 합니다. 그 다음엔 지장으로서 자격을 갖춰야 하고요. 용장까지 되면 금상첨화죠. 리더에게 덕이 없으면 그 조직은 재앙이 올 수 있습니다.”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 회장은 신앙에서 비롯된 생활신조를 담담하게 말했다.

건장한 체구에 소박한 말투. 그러면서도 핵심을 꿰뚫어 내는 분석력.
특별히 가진 능력이랄 게 없다면서도 “직원이 최우선인 건실한 기업을 키우는 게 목표”라는 그의 경영철학은 기업 성공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성장배경에 기인한 듯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스스로 학비를 벌어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삼성전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생산성본부 근무 시절 대우자동차 컨설팅을 맡았을 때 명확한 시장 분석과 방향 제시로 당시 김태구 사장의 눈에 띄어 1992년 대우차 임원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닥치자 서 회장은 1999년 말 임원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사임하고 자신을 믿고 따라온 대우차 기획실 직원 10여 명과 함께 셀트리온의 전신인 넥솔을 차렸다.

이후 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선 신약생산 후 자체신약개발’이란 경영전략의 기본 틀을 수립하고 에이즈 백신 생산 장소를 물색하던 바이오기업 제넨텍을 설득하는 데 성공, 2002년 셀트리온을 탄생시켰다.

“미국이나 유럽의 신약 개발과 제조 과정을 듣고 배우다 보니 한국은 그 동안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도 헤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도 연구능력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하다고 자신합니다. 후발기업이지만 10년 안에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 셀트리온의 현재와 미래

지난 2005년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인 BMS와 류마티즘 관절염 치료제 생산에 대한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 창업 이래 승승장구해 온 셀트리온은 지난해 연매출 837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셀트리온은 특허 만료를 앞둔 7개 단백질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개발 중이며, 미국·유럽 바이오기업들과 함께 항암제 등 신약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는 합성 복제약과는 달리 세포배양기술과 생산시설을 갖춰야 생산이 가능한 표적치료제의 일종.
일례로 세계적으로 5조 원 어치가 팔린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경우 연간 약 3천800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치료비로 인해 국내에서는 암 말기인 4기 환자들만 보험 적용 혜택을 볼 수 있었지만,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은 기존의 약값을 최고 50%까지 낮춰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제품은 2011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인도, 브라질 등 비선진국 시장에서 출시될 계획이며, 특허가 만료되는 2012년부터는 유럽 및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5만L 규모의 세포배양시설을 기반으로 4천억 원을 추가 투자해 9만L 시설을 내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며, 향후 총 23만L를 완성해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배양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11년 2천617억 원 매출과 영업이익률 70% 달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셀트리온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서 회장은 첫 매출액인 15억 원으로 2006년 ‘사회복지재단’을 세웠다.

“기업의 이익 추구도 중요하지만, 이익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서 회장의 굳은 믿음에서 시작된 일이다.

서 회장은 “기업 역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지역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매년 4억~5억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복지재단은 인천지역 무의탁 노인, 소년소녀가장, 저소득 계층 등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비, 생계비 및 학자금 등을 지원하며 간접적으로는 복지 관련 시설 및 공익단체, 자원봉사단체 등을 지원한다.

현재 사회복지재단 대표는 서 회장의 아내인 박경옥 여사가 맡고 있으며, 직원 부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활동한다.

서 회장은 중소기업답지 않게 직원 복지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직원 340명 중 60% 이상이 석·박사이며 연구인력이 7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을 위해 회사 안에는 테니스 코트 등 운동시설이 있고, 전 직원에게는 인근 호텔 피트니스센터의 멤버십 카드를 지급한다. 회사 내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모두 무료이며, 늦게 퇴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택시회사를 지정, 회사가 비용을 지급한다.

더욱 특이한 점은 창업 이래 해고직원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 직원이 과오를 범했을 경우에는 회사 건물 외부의 풀 뽑기 등의 노역(?)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 그가 “직원들의 가족에게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자신은 132.2㎡(40평형)대 전세아파트에 살면서 대부분 시간을 회사와 해외에서 보낸다.

그는 “국내에 있을 때는 아내와 함께 교회에 가거나 골프를 치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 그가 말하는 ‘인천’

서 회장은 청주 출신이지만 제물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우자동차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사회복지재단을 건립한 것도 그 일환이며, 앞으로 장애인 학교와 회사를 건립하는 꿈도 가지고 있다.

“가난한 가정의 장애인들을 보듬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질이 떨어져도 장애인이 만든 제품을 사고자 하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야 하고요. 약 1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인천에 이러한 기업이 3~4곳만 있다면 기업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겁니다. 기업이 존경받는 사회적 풍토는 기업인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끝으로 그는 송도경제자유구역을 비롯, 국제도시 인천의 미래를 낙관했다.

“인천대교가 완성되면 공항 배후도시로서 인천은 세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중국과 일본을 잇는 국제비즈니스 도시로 탈바꿈하는 거죠. 서울에 인접해 우수한 인재를 구하기도 쉽고요. 셀트리온은 최상의 기업 환경을 갖춘 인천에 자리잡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 서정진 회장 약력

▶1957년 충북 청주 출생
▶인천제물포고등학교 졸업(제고 21회)
▶건국대 산업공학과 졸업,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3년 삼성전기 입사
▶1991년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
▶1992년 대우자동차 상임경영고문(전무대우). 한국품질경영연구원장
▶2000년 넥솔, 넥솔바이오텍 설립(사장)
▶2002년 셀트리온 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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